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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 (김기택 시)

조한 2013.11.14 08:41 조회수 : 1955

 선생님 계신 서울도 그런가요  

초겨울엔 비 한번 오면 내복 한겹이라더니 정말 그런가봐요

목도리 두르고 찬바람 안들게 조심하세요 ^ ^

좋아하는 시인중에 김기택 이란 분이 계신데  근래에 쓰신 시가 있어요 민준이 아빠에게  

"우리 쥐뿔도 없는 부모이니 몸땡이라도 깨끗하게 간수하자"라고 하는데 이시를 읽어보니

제가 시대에 역행하나봐요  ㅎㅎㅎ

 

생명보험/ 김기택

 

 

병원마다 장례식장마다 남아도는 죽음,

밥 먹을 때마다 씹히고

이빨 사이에 고집스럽게 끼어 양치질해도 빠지지 않는 죽음이

오늘 밤은 형광등에 다투어 몰려들더니

바닥에 새카맣게 흩어져 있다.

 

삶은 언젠가 나에게도 죽음 하나를 주리라.

무엇이든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내 두 손은

공짜이므로 넙죽 받을 것이다.

무엇이든 손에 들어오는 것은 일단 움켜쥐고 볼 일이다.

걱정은 나중에 해도 된다.

 

그렇잖아도 죽음에 투자하라고

부동산 투자보다 훨씬 안전하고 수익성도 확실하다고

투자만 해놓으면 다리 쭉 펴고 맘 놓고 죽을 수 있다고

보험설계사가 수상한 제안을 해왔다.

죽자마자 억!만금이 쏟아져 나오는 신상품이 카탈로그에 가득하였다.

 

죽음에는 다리들이 다닥다닥 참 많이도 달려 있다.

이젠 길이 땅에서 하늘로 바뀌었다는 듯

하나같이 다리들을 하늘을 향해 높이 쳐들고 있다.

저렇게 많은 다리들을 갖고 이제 어쩌자는 것인가.

세상 모든 죽음을 낱낱이 겪어 알고 있으면서도

허공은 아무 대책이 없다.

 

죽음은 공짜인데 언제부터 선불이 되었느냐 따지는 나에게

보험설계사는 확신에 찬 웃음으로 대답했다.

생명보험은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고

보장성과 수익성이 풍부할수록 사랑도 진실해진다고

견적이 나오지 않는 사랑을 무엇에 쓸 거냐고.

 

죽음에다 돈과 사랑이 쏟아져 나오는 투자를 하고 나면

어서 죽고 싶어 온몸이 근질근질해질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