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무의미, 공지영 글을 읽고 오간 메일

조한 2013.11.14 08:42 조회수 : 1858

a: 공지영의 신간을 펴들었습니다.

 

몇가지 구절이 아까 나눴던 대화와 겹쳐지는 듯 해서 옮겨봐요.

 

"'토마스, 요즘 깨닫게 된 것이 하나 있네. 모든 죄는 결국 에덴에서 아담과 하와가 했던 그 생각, 즉 나도 하느님처럼 되고 싶다, 의 변주라는 걸. 여기서 우리에게 군림하는 저 소장도 저 감시원도 독일을 초토화시켜버린 히틀러와 그 일당도, 모든 독재자와 고문하는 이들, 자기보다 약한 자들을 학대하는 모든 이는 결국 같아. 그들은 그들이 학대하는 그 사람들에게 하느님이 되고 싶은 거야.'"

 

(......)

 

"요한 수사님, 악은 수많은 얼굴로 다가옵니다. 사실 사람인 우리가 그것을 식별하는 것은 은총에 의지할 뿐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도 있어요. 우리가 사랑하려고 할 때 그 모든 사랑을 무의미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모든 폭력, 모든 설득, 모든 수사는 악입니다. 너 한 사람이 무슨 소용이야, 네가 좀 애쓴다고 누가 바뀌겠어, 네가 사랑한들 아는 사람 하나도 없어... 속삭이는 모든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어쩌면 옥사덕이나 남미 로메로의 피살이나 유신 혹은 광주 학살 같은 것은 난이도가 높은 것은 아닐지도 모르지요. 이제 악은 다른 얼굴로 우리에게 달려듭니다. 소리 없는 풀 모기처럼 우리를 각개격파하러 옵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입니다, 그것은 무의미입니다.“

 

b: '무의미'하니까 문득 일베가 생각나네요. 일베는 세계는 어떤 의미도 방향도 없으며, 이 무의미한 세계에서 내가 인정받는 방법은 '팩트' 뿐이라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어요. 인터넷 유머인 "포기하면 편해"도 무의미를 대하는 태도에서 나온 것 아닐까요. "해도 안 될 거니까 그냥 적당히 살아" 라는 게 지금 청년들의 멘탈리티라고 해야할지...

 

언젠가, 무의미와 싸우는 방법은 기억하기라고 들은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는 기억을 내 옆 사람과 나누는 거겠죠. 혼자만 무의미와 싸우는 건 소용도 없고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네 불안과도 희망과도 상의하지 말고 네 친구와 상의하라"는 말 덕분에요.

 

부디 편안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