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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기일에

johancafe 2010.05.14 18:17 조회수 : 3326

2007년 6월에 <어김없이 해남 그대의 집을 찾다>

멀티 테스킹을 하여도 시간이 모자라는 나날입니다.
그대도 나는 여전히 하고 싶은 일만 하는 편이니 양호한 편이지요.
재미난 이야기 하나 할까요?
우리 동갑내기이고 내 육촌이기도 한 가수 한 대수가
60에 드디어 어제 딸을 낳았는데
“기분이 희안하다~”라고 합디다.
딸아이 이름을 양호라고 지었는데,
그 친구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말이지요.
“음, 양호해, 양호”라고요...

양호하게 잘 계시나요?
그대 간지 십육년, 그리고 엄마가 가신 지도 이제 삼년이 되었네요.
사랑하는 사람은 그래도 늘 가슴속에 있나 봅니다.
나는 날마다 엄마 사진을 보면서 따뜻함을 느끼고
현관 문 앞에 탁본해둔 그대의 글귀

고행,
묵상,
청빈

을 보면서 맑은 기운을 유지합니다.

요즘 세상이 점점 재미없어지고 있었어요.
문명의 쇠퇴기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그래도 겪는다는 것은 또 다른 괴로움이네요.
요즘 유행하는 말이 “찌질이‘라는 말인데
공부도 잘 못하면서 놀지도 못하는 아이들을 찌질이라고 불렀잖아요?
그런 아이들이 아주 많아졌어요.
그 아이들이 신경 쓰는 것은
그날 하루 하루 잘 지내면 고마워 하는 것이지요.

포스트 서태지 시대의 아이들,
어릴 때 경제위기, 가족 파탄을 경험한 아이들,
제대로 자기 앞가림 해내는 것이 쉽지 않은 재난 사회를 살아가는 아이들,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는,
“하기 싫으면 하지 마, 할 사람만 해“라는 말을 아주 듣기 싫어하는 이 아이들은
늘 힘이 빠져있거나 늘 긴장해 있거나 그 둘중 하나랍니다.
어떤 면에서 이 아이들은 사람을 소모성 부품으로 만들어버리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핵심을 간파하고 있는 것이지요.
탈락의 공포, 그것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고
아이들은 그 공포 속에서 가만히 숨쉬면서 널부러져 있습니다.
찌질이가 되는 것이 오래 생존하는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가장 먼저 터득한 듯 합니다~

그대가 가기 전 강의가 ‘시대가 바뀌었으니 문체를 바꾸어야 한다“는 주제였지요?
‘민주화 운동’ 시대에서 ‘문화소비의 시대’ 이행하는 변화에 당혹스러워하면서 말입니다.
십여년이 지난 지금은 ‘재난의 시대’입니다.
하자 센터에서도 지난 주말 오토바이 사고를 낸 아이가 배상해야 할
거액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청소년 안전기금 마련 기금 파티’를 했습니다.
재난이 끊이지 않고 있어요.

사실 요즘 그대의 시가 좀 많이 읽히기 시작했어요.
시대가 비감하다보니 하, 그대의 비감한 시들이
먹혀드는 것이지요.
그대의 언어가 더욱 빛나보이는 시대가 다시 오고 있습니다.
고정희 백일제가 육년째,
문광부 장관상을 주는 고정희 문학제가 사년차 전통을 쌓아가고 있고
다시 시인이 나오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오고 있어서
꼬마 시인들의 출현을 생각하면 가슴이 설레입니다.

조만간 이 시대에 맞도록 그대의 시를 뽑아서
선집을 내는 것이 올해 해야 할 몫인 듯 합니다.

요즘은 온라인에 하자센터를 만드는 일로 좀 바쁘답니다.
'학습생태계 learning ecosystem’라는 주제로 재미난 작업을 막 시작했는데
구경 하면서 재미있으면 웃어도 주고,
화도 내고 간섭도 해주면 좋으련만...

오늘은 이만 쓸께요.

당신이 그리워지는 6월에 친구 조 혜정이 씀

 

2007-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