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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대물림 (노지윤)

johancafe 2010.05.14 13:21 조회수 : 3366

위기의 대물림

사회학과 석사4 노지윤

대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학생신분으로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벌기 위해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은 과외였다. 나는 언어영역을 주로 가르치는 데, 3~4년 전에 아이들을 과외하던 때와 지금은 정말 다른 교육환경과 아이들의 태도에 조금씩 놀라기도 한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아이들의 생각과 학부모님들의 달라진 태도에 많이 당혹스러움을 느낀다.

선생님을 대한다기보다(물론 선생님으로서 어떤 예의바른 태도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상품을 구매하듯 선생님을 정하고 교육서비스를 받는다는 정도의 사고방식인 듯하다. 확실히 ‘배움’보다는 ‘시장’의 개념이 더 깊숙이 박혀버린 것이다. 물론 사교육이기 때문에 그러겠거니 할 수도 있지만, 등가교환처럼 하나하나 주고받는 것을 따지는 분위기는 학교에서도 그렇다고 한다. 학교 교사로 있는 나의 친구에게 이런 고충을 얘기했더니 학교에서 또한 부모님들이 학교일을 많이 해 주신다거나 공동기금 같은 것을 많이 협조해주시면 그 만큼 정확한 대가를 요구하는 등 처지가 그렇게 다르지는 않다는 말이었다.

이런 분위기가 기분이 상한다라기보다 아이들에게는 미안해지고 부모님들을 바라볼 때에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확실히 IMF이후로 위기의 분위기가 서로에 대한 관계, 배려보다는
경쟁과 성공을 위해서는 조금의 뻔뻔함이나 이기심이 더 현명함을 배워왔던 것이다.

물론 내가 경험한 경우는 사교육을 할 수 있는 ‘중산층’의 경우이고 이번 ‘10대를 인터뷰하다’에서는 좀 더 다른 맥락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또한 발견되는 공통점은 IMF는 사람들에게 무한경쟁으로 진입해야할 것이고 그로 인한 불안감을 너무도 심해졌다는 것이다. IMF가 가장 무섭다는 학생은 마치 그것 때문에 아버지 사업이 망하거나 너무 큰 경제적 손실을 직접 경험한 것도 아니지만, 그로 인해 앞으로 기회가 너무 줄어들 것이라는 불안감을 아이 스스로가 느꼈던 것이다. 위기의 불안감과 경쟁의 압박감이 힘들지만 덤덤하게 받아들이려고 하는 타워팰리스에 사는 고등학생의 태도에서 애써 억누른 초조함과 답답함의 느껴졌다.

지난 학기까지만 해도 나의 문제이기도 한 청년실업의 무거움 때문에, 거품경제 이후의 기성세대의 잘잘못을 탓하기에 바빴던 나이기도 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우리 같은 청년 세대가 제대로 이 시기를 만들어나가지 않으면 지금의 10대들에게는 우리가 경험한 것 이상의 위기가 대물림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이야기에서 지금 하고 싶은 것을 말해보라는 질문에 대부분 소박한 답변을 했던 것이 생각이 난다. 잠을 실컷 자고 싶다는 것. 나는 학생 때 그런 고민은 안 했던 것 같다. 물론 시험기간에는 많이 부족했지만 평소에 잠이 심하게 부족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더 심해진 야간자율학습과 0교시 부활 거기에 12시부터 시작되는 심야과외와 학원, 그리고 주말에 빡빡하게 세워진 학원스케줄이 아이들을 한 순간도 쉴 수 없게 만드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4~5개의 과외와 학원 스케줄을 다녀도 1등은 2명이상 나오지 않으며 경쟁에서 살아남는 학생들은 점점 더 줄어들고, 기회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어차피 패자게임으로 시작된 상황에서 어쩜 판은 이리도 성황리에 돌아가는 지.

지난 시간의 그린칼라 이코노미나 사회적기업, 비싸지 않고 원하는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대안학교 등 좀 더 새로운 상상력과 다양한 기회를 마련해야한다. 그런데 이를 위해 가장 많이 움직여야 할 사람들이 다름 아닌, 우리 청년세대의 몫이기도 하다. 사실 실업과 갑자기 심해진 경쟁 속에서 우왕좌왕하던 우리의 모습은 현재진행중이기도, 더욱 심해지는 것 같다. 자기의 한숨소리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신음소리를 못 듣는 일이 없도록 다른 세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 그리고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2010-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