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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도 좋아 소개 글

조한 2015.12.12 17:08 조회수 : 2794

아주 소소한 그렇지만 아주 중요한지속가능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일러주는 사람들

 

조한 혜정

 

그들은 그냥 제주 애월 해녀학교에서 만났다고 했다해녀 학교를 졸업하면 해녀가 되는 줄 알고 등록을 했다는 A, 제주에서만 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배우기로 했다는B, 바다 속에 보고 싶어서 했다는 C, 다들 조금씩 이유는 달랐지만 색다른 경험에 대한 호기심에서는 공통점이 있는 친구들이었다. ‘물질을 배우면서 이들이 접한 바다는 오색 미역과 전복과 소라가 충만한 곳이 아니라 유리조각과 플라스틱 병과 잡다한 쓰레기들이 더 많은 곳이었다고 한다쓰레기를 주워 재활용 예술품을 만들기로 했고그들의 바닷가 빗질 beach combing’은 그렇게 해서 시작되었다쓰레기로 오염이 되었어도 여전히 아름다운 제주 바닷가에서 그들은 멋진 사람들을 초대하여 함께 놀았고 또 손작업을 하는 제주의 기발한 문화작업자 셀러들을 초대해서 장터도 열었다애월 근처에 살 집을 구하러했지만 구하지 못해서 중산간 지역의 빈 창고를 빌려 쓰게 되었고 그 작업장 근처에 집을 얻어 함께 기거하면서 하고 싶은 일들을 벌여갔다일을 벌이는 것이 재미있었고 그래서 내내 일 이야기를 하면서도 힘든 줄 몰랐다고 한다서너명이 의기투합해서 시작했다가 오래 가지 않아 헤어지는 것이 청년사업의 특징인데 이들은 결혼까지 하면서 자기들 편을 늘려나갔다남을 초대할 줄 아는 사람자신들의 일을 아주 잘 기록해내는 사람살림을 아주 잘 사는 사람목공과 목수일을 잘 하는 사람공간을 늘 깨끗하게 유지할 줄 아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협력하는 동네이들은 그냥 모여서 자주 의논하고 작업을 할 뿐이라면서 자신들이 하는 일이 사회적 주목을 받는 것이 부담스럽고 쑥스럽기도 하다고 했다진보하는 역사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시대에 대단한 사회적 의미를 지닌 일을 하겠다는 열망이 부담스러운 것일테지그래도 나는 이 글에서 이들이 해온 작업의 의미를 이야기 해보려 한다재미난 일이 벌어지는 곳을 부지런히 쫓아다니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문화인류학자가 하는 일이므로내일 세상이 망하더라도 사과나무를 심는 사람들은 있으므로그리고 무엇보다 우연을 필연으로 만들어 내는 그들의 재주가 마음에 들어서 말이다.

 

요즘 항간에 유행하는 금수저흙수저와 헬조선’ 이야기로부터 시작해볼까 한다. “아이의 체력과 엄마의 정보력과 할아버지의 재력” 없이는 살아가기 힘들다는 한국, OECD 가입국 중 가장 높은 불행지수를 기록하는 한국사회의 기득권층에 속하는 지식인으로서 나는 요즘 당혹스럽고 우울하기만 하다스스로를 삼포 세대라 부르기 시작한 젊은이들모든 것을 다 포기할 수 밖에 없다는 다포세대,’ ‘헬조선을 탈출해야 한다며 호주로 이민가기 위해 용접기술을 배우고 있다는 청년들을 보면서 나는 놀라운 경제기적을 이룬 한국이 놀라운 속도로 추락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된다이런 생각으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내게 <재주도 좋아>의 활동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각자도생 생존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은 아무리 노오력을 해도 결국은 답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결국은 /벌레이 되거나 탈출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을 곱씹으며 의기소침해져 있던 내게 애월 바닷가에서의 만남을 큰 선물이었다하얀 들꽃이 여기 저기 피어 아이들이 화환을 만들어 쓰고 뛰어다니던 초여름 바닷가에서 였다아이와 어른들이 부지런히 쓰레기를 주워 어딘가에 가져다주고 있었고 손작업을 해서 만든 이런 저런 물건을 갖고 나온 장사꾼들은 실은 장사꾼이라기보다 예술 작품을 전시하러 나온 예술가들이었다그들은 자기들이 작품을 전시해놓고 제주의 빛나는 초여름 바닷가를 한껏 즐기고 있었다장터 이름이 엿바꿔먹장!“ 바다 전망을 보려고 눈을 돌리니 두 개의 트럭을 붙인 공연 무대가 들어왔고 그 위 현수막에는 바라던 바다!” 라는 글귀가 적혀있었다나는 말을 만들어내는 이들을 사랑한다그들은 서로 모여서 중구난방 토론을 할 줄 알고 있고 그 말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다음날 나는 그들의 삶터인 중산간 마을에 있는 창고를 방문했고 반짝반짝 지구상회라는 간판이 걸린 그 작업장에서 다시 그들과 마주했다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에 오는 것인지 초등학교 아이들이 자기 집처럼 들락거리고 있었고 작업장이자 공방이자 전시장이자 공연장인 그곳은 경계를 넘나들며 작업을 할 줄 아는 창의적인 청년들의 아지트로 손색이 없었다바닷물로 닳고 닳아 사파이어 같은 보석반지로 재탄생한 깨진 소주 병조각은 왕자로 변신한 뚜꺼비처럼 지구상회 앞에서 손님을 반기고 있었다. ‘재주 추가 워크숍’ 체험비는 바다에서 줏은 유리 한 컵씩이란다. ‘재주가 좋아’ 팀은 자신들의 활동을 제대로 기록할 줄 아는 드문 팀이었고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들의 활동을 활발하게 공유하고 있었다이들은 놀랍게도 원주민 텃세로 괴로워하지도 않았다. ‘마을 대학을 기획하라고 해서 외부 강사를 초빙하기보다 동네 분들을 강사로 모시면서 서로 친해졌다는 이들은 그야 말로 제대로 상식이 있는 인간들이었다상식이 사라진 사회라 나는 상식이 있는 인간들을 만나면 너무 즐거워진다연고도 없는 타지 제주의 낯선 마을에 둥지를 튼 이들이들은 자기와 비슷한 예술가들을 육지에서 초대하기도 하고 여행객들을 위한 축제마당도 수월하게 만들어내고 있었다제주도가 <지속가능한 생태 문화와 관광 특구>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이들이야 말로 그 모델을 이미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마을 대학을 만들어 즐겁게 관계를 맺으면서 조금씩 동네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상설 전시장을 열면서 복합적 작업공간과 사회적 기업가가 되어가고 있었다이들은 진부해지기 시작한 환경오염를 신선한 방법으로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고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 “세상을 망치지 않으면서 먹고 살기!” “세상을 좋게 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 살기!”를 실천해내고 있었다이들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하기 싫은 일도 즐겁게 하며 살고 있었다.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하기 싫은 일도 할께요라는 모토로 만들어진 하자 센터에서 마침 곧 열리게 될 청소년 창의 서밋 Seoul Youth Creativity Summit에 나는 이팀을 초대했고 이들은 예상대로 서울에서 아주 즐거운 워크숍을 진행하고 전시회를 열어 창의 서밋의 자리를 빛내주었다이들은 우리 모두가 열심히 해야 할 환경운동을 목청 높이지 않으면서 조용히 하고 있었다.

 

인류가 쓰레기 더미에서 사는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는 것을 아직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만일 모른다면 스티브 컷츠 Steve Cutts의 사람 MAN’이라는 유투브를 꼭 보시라스티브 컷츠라는 맹랑한 사람은 50만년 인간의 역사를 3분 37초으로 축약한 탁월한 동영상을 만들어 천만이 넘은 조회수를 자랑하는 영상 작업자이다이 영상은 많은 생명들이 평화롭게 사는 지구촌에 벌레 한 마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밟아죽이고 으쓱해하는 한 남자 인간의 등장으로 시작한다그는 뱀의 가죽을 벗겨 부츠를 만들어 신고 닭을 잡아 튀려서 전세계에 판다물개의 가족을 벗겨 옷을 만들어 입고 상아로 피아노를 만들어 고상하게 피아노 연주를 한다엄청난 쓰레기를 배에서 마구 버리고 용맹스런 동물을 잡아 트로피를 만들고 숲의 나무를 모두 잘라 종이로 만들어써버리고 동물실험으로 해서 온갖 약을 만들고 유전자 조작을 하며 마천루를 만들고 쓰레기더미를 올라가 왕좌에 앉아 승리감에 겨워하며 시가를 피워 문다그 때 UFO에서 눈이 둘이 아니라 한 개세 개 달린 외계인이 나타나 이 사람을 끌어다 밟아버리고 지구에 ‘welcome’이라는 팻말을 달아놓고 가버린다인류는 스스로를 지구상에 사는 만물의 영장이라고 으스대었지만그 존재가 어떤 일을 해버렸는지 우리는 이제 다 알게 되었다부를 늘리는 것의 재미에 폭 바진 사람들은 자신들이 자신과 자신의 자손들그리고 전 세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아니 실은 알면서도 마구 지구를 망가뜨리고 있다문화평론가 지젝의 표현을 빌면 변태적인 헌신으로 지구를 망가뜨리고 있는 것인데 이들은 나날이 막강해지고 있는 듯 하다지금 파리에서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열리고 있지만 급격하게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것은 쉽지 않고 게다가 핵발전소 마피아들이 이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우리들의 손주들은 어떤 세상을 살아가게 되는 것일까를 질문하면서 내내 우거지상을 하고 있던 내게 환경문제를 이렇게 가볍게 던지면서 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이 마술사 같은 젊은이들이 어찌 이쁘지 않을 수 있을까?

 

작년 대표였던 조원희씨로부터 11월 21일 제 2회 비치 코밍 페스티벌에 초대하고 싶다는 전화를 받았다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또한번 작가들을 챙겨주는 작가들과 큐레이터들그들이 만들어내는 그 우정과 환대의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었다매년 레지던시 운영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와 협업하여 바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작가들이 일주일간 제주에 머물며 작업하고 그 결과물을 전시하고 공유하는 자리라고 했다이번에 참여한 8팀의 작업 제작 과정은 이미 영상으로 잘 정리가 되어 있어서 미리 링크를 통해 볼 수 있었는데 실제 그들이 모이는 자리에 와서 작가들의 발표를 듣고 토크 및 공연도 보고 같이 해달라는 주문이었다한시부터 이곳저곳에서 손으로 작업하는 이들이 만든 물품들로 장터가 벌어졌고 3시 정각에 작가들의 발표가 시작되었다이들은 8월말에 일주일 모두 함께 모여서 작업을 했다고 한다제주에 와본 적이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냥 제주 구경도 할 겸 놀려고 왔는데 아주 빡센 작업만 했다고들 불평을 했다홍대 앞 예술가들과 친한 편인 나는 이렇게 시간을 잘 시키는 예술가들이 신통해지면서 잠수부였던 아버지와 식당을 하는 어머니에 대한 시와 만화를 그리는 이슬하 작가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이른바 노동자의 삶을 사는 부모알몸으로 잠자리에 든다는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는 작가는 정말이지 초현실적 분위기를 풍기기까지 했다부모를 전생의 원수였다는 이야기가 나도는 시점에 이렇게 부모를 아름답게 보고 있는 딸이 있다니두 번째 작가 천근석작가는 중국에서 온 쓰레기를 보면서 쓰레기로 중국 관광객들이 다시 그것을 가져갈 기념품을 만들고 싶어져서 돌하르방에 쓰레기를 예쁘게 꾸며 넣은 투명한 돌하르방을 50개 만들었다고 했다그리고 그 50개는 파는 것이 아니라 물물교환을 한 것이라 했다곧이어 깡통 카메라로 거리 사진을 찍은 임수민 작가가 상이 맺히기를 바라면서 할머니에게 “7초간 움직이지 말아주세요라고 부탁하는 발랄한 몸짓을 보면서 이들의 8월이 참으로 즐거운 만남이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게 하였다부표로 조명가구와 자전거를 만든 정재범 작가의 영상을 보니 임수민 작가와도 긴밀하게 작업을 한 것을 알수 있었다연극팀은 너무나 아름다운 섬에 너무나 쓰레기가 많아 형무암 틈틈이에 낀 쓰레기를 보면서 플라스틱 괴물을 만든 해변 연극팀특히 거북이 코에 꽂힌 플라스틱 빨대를 빼주는 동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아 만든 작품인데다 여러명의 협업이 돋보인 작품이었다이들은 놀러 왔다가 일만 하고 간다며 웃었다제대로 된 일이란 실은 가장 즐거운 놀이가 아닌가한명의 의식 변화가 중요하다며 물고기의 입장에서 쓰레기를 보는인간 때문에 웃기게 된 ... (여기 보충 좀하거나 줄일까....) 그리고 춤꾼이 누비는 바닷가 풍광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지구를 구해야 하는 숙제를 넌지시 내주고 있었다.

 

그 무엇보다 내가 이 팀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은 자공공의 사회를 자체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재주도 좋아 팀은 초대한 예술가들을 부담주지 않고 챙기고 지원하는 재주를 갖고 있다아마 그것은 재주가 아니라 마음과 태도일 인데 이런 마음을 가진 이들이 연결을 통해 예술가들의 마을을 만들고 있었다내가 최근에 자주 쓰는 자공공(自助 共助 公助 스스로 돕고 서로를 도우면서 시민적 공공성을 만드는 것)을 자연스럽게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외국으로 탈출하지 않아도 한국에서 좀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곳을 발견했다는 것돈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삶을 통해 말하는 사람들무지막지한 소비사회에서 빠져나와 먹고 싶은 것을 만들고 먹고 입고 싶은 옷을 만들어 입고 남은 것은 파는 장터가 들어선 곳멋을 아는 이들이 이곳저곳에 공방을 열어 창조적 작업을 하다가 수시로 모여 함께 밥도 먹고 노래도 짓고 춤도 추는 곳그런 동네를 만들어가고 있는 젊은이들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성과 없는 성과주의 쳇바퀴에서 벗어나 느린 시간멈추어 있을 장소느슨하나 지속적인 관계를 맺으며 저녁노을을 바라볼 수 있는 삶을 사는 행운아들에게 더욱 행운 있기 바란다새로운 문명을 앞당겨서 사는나비가 될 고치를 칠 시간과 장소를 확보한 재주도 좋은’ 이들에게 더욱 탁월한 재주들이 생겨나길 바란다제주로 입향한 문화이주자들이 제주 원주민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인류의 삶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노령화저출산으로 미래가 암담하지만 제주는 그 예외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나는 이들이 국가가 독점한 공공성이 엄청난 부작용을 낳고 있는 시점에 우연한 만남을 필연의 일로사적인 일을 공공적 작업으로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국가에 의해 주도되는 공공성이 아니라 세 명이 만나 의논하는 공론장을 만들고 협력하면서 새로운 공공성의 시대를 열어가기에 이들의 실천은 바로 시대를 구하는 일과 통해 있다. <재주도 좋아친구들은 매우 부담스러워하겠지만 나는 이 팀이 망가지는 이 세상을 살아낼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지속가능한 삶회복탄력성을 지닌 삶의 태도와 능력 말이다계속 이 글에 부담을 느낀다면 하자 작업장 학교 학생들이 채택한 우화인 안데스 산맥 원주민들 사이에 전해오는 우화 하나로 그 부담을 좀 줄여볼까 한다.

 

숲이 타고 있었습니다숲속의 동물들은 앞다투어 도망을 갔습니다하지만 크리킨디란 이름의 벌새는 왔다갔다 하며 작은 주둥이로 물고 온 단 한방울의 물로 불을 끄느라 분주했습니다다른 동물들은 이런 그의 모습을 보고, "저런다고 무슨 소용이 있어"라며 비웃었습니다크리킨디는 대답했습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야.”

 

오늘도 즐겁기를!

2015년 12월 6일 한적한 제주 바닷가에서 조한 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