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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학교, 새로운 대학

조한 2015.02.11 05:35 조회수 : 4726

https://minerva.kgi.edu/faculty/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677592.html

등록 : 2015.02.09 19:56수정 : 2015.02.10 10:36

미네르바 스쿨의 학생들이 샌프란시스코의 기숙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미네르바 제공

온라인 대학 단점 보완한 미네르바

중국의 명문 고등학교인 베이징4중학교를 졸업한 리이거(21)씨는 2013년 겨울, 미국 아이비리그로의 대학 진학을 준비하던 중 인터넷에서 한 온라인 대학에 대한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됐다.

“중국에서 받았던 수업에는 ‘소통’이 별로 없었어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더 많이 배우고 싶어서 유학을 생각했는데, 이곳에 대해 알고 나서는 생각을 바꿨어요. ‘여기라면 내가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죠. 이제 막 첫 학기를 보냈는데, 인문학은 물론이고 예술, 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했고, 그걸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도 알게 됐어요.”

리이거씨가 다니는 학교는 2014년 가을 개교한 미네르바 스쿨(Minerva School)이다.

이 학교는 강의실 없이 온라인으로 세미나 수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직접소통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의 1년을 시작으로, 매 학기 독일의 베를린,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등으로 기숙사를 옮기며 다양한 사회를 체험한다. 수업은 온라인에서 이루어지지만,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생활하며 수업 때 다 못한 논의도 마저 한다. 현재 신입생을 모집하는 미네르바 스쿨의 입학전형 과정도 오로지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학력과 나이·국적에 제한이 없다. 현재 미네르바 스쿨에는 이스라엘, 베트남, 트리니다드토바고, 미국 등 14개 나라에서 온 28명의 학생들이 함께 공부를 하고 있다.

‘교수 강의’에만 집중한 대학문화
학생들 주도적 참여·소통 부족
‘어떻게 배우게 할 건가’ 고민한
온·오프교육 병행 대학 나와
온라인서 석학과 자유토론하고
4년간 7개국 생활하며 직접소통도
진화한 대학모델로 성공할지 주목

미네르바 스쿨의 수업 장면. 온라인 프로그램을 이용해 14명이 한꺼번에 세미나를 하기도 하고, 2명 혹은 4명씩 지정하는 대로 조별 토론을 할 수도 있다. 미네르바 제공
90년대 말, 미국 펜실베이니아 경영대 와튼스쿨 1학년으로 ‘대학의 역사’에 관한 수업을 듣던 벤 넬슨은 기존 대학교육 시스템이 세계 발전에 기여하는 인재를 양성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 교육은 지난 한 세기 동안 발전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린 그는 10여년 뒤인 2011년, 새로운 고등교육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미네르바 스쿨’을 세웠다. 그는 학교를 만드는 과정에서 기존 대학교육의 ‘거품’을 모두 뺐다. 지역의 도서관을 활용하고, 강의실 대신 기존에 도시에 있는 건물을 사 기숙사로 바꾸었다. 덕분에 등록금은 다른 미국 주요 사립대학 평균 등록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기존 대학 구조에 대항해 ‘대안 온라인 대학’, 혹은 그에 준하는 고등교육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시도는 계속 있었다. 최근에는 ‘대규모 공개 온라인 강좌’(MOOC·이하 무크)가 부상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교육부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주도로 대학 강의와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모두 제공하는 한국형 무크(K-MOOC)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온라인 영역으로 들어온 대학 강의가 실제 대학을 대체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양질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대신 교수·학생 등 다양한 대학 구성원들 사이의 소통이 부족하고,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배움에 참여하게 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미네르바 스쿨은 기존 대학의 ‘강의’ 형식을 배제하면서 이런 문제도 어느 정도 극복했다. 넬슨은 2014년 9월 미국의 시사주간지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미네르바와 무크의 공통점은 둘 다 인터넷 기술을 활용한다는 것뿐이다. 무크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주목하지만 ‘어떻게 배우게 할 것인가’에 주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강의’는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아주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하지만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는 최악이에요. 미네르바에는 강의가 없어요. 이런 교육과정에서 교수의 역할은 협력자(facilitator)예요. 학생들이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문제의 다양한 관점을 인지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현 미네르바 스쿨의 예술과학대 학장이자 이 학교의 커리큘럼 디자인에 참가한 스티븐 코슬린 교수(전 하버드대 사회과학대 학장·인지심리학)의 말이다.

미네르바 스쿨의 교수법은 최근 한국 중·고교 교실에 불고 있는 ‘거꾸로수업’ 방식이다.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이라고 불리는 거꾸로수업은 교사가 학생들에게 일방향적인 수업을 하는 기존의 방식을 바꿔, 학생이 미리 스스로 공부를 해온 다음 그 내용을 놓고 교사·친구들과 토론, 세미나 등을 하는 수업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미리 온라인 강의를 듣고 온 학생들이 학교 교실에 모여 프로젝트형 수업에 참여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많이 쓰인다.

미네르바 스쿨 학생들은 입학 첫해에 사고력과 창의력을 확장할 수 있게 마련된 강의 질문 129개 가운데 하나를 수업 전에 미리 받아, 그 질문에 대한 토론을 자유롭게 진행한다. 리이거씨는 “가장 인상 깊었던 수업은 ‘감정과 느낌을 잘 전달하기 위해 음악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진행한 것”이라고 했다. “음악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놓고 그것의 미학적 가치나 현대인들이 음악을 즐기는 법 등을 고민하는 다양한 방식의 접근을 시도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미네르바와 비슷한 철학을 바탕으로 대학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카이스트 교수학습혁신센터장 이태억 교수(산업·시스템공학과)는 이미 2014년 100개가 넘는 강의를 ‘거꾸로’ 강의로 바꿨다. 강의로 전달할 내용을 짧은 동영상으로 제작해 미리 보고 오게 하고, 실제 수업에서는 토론·참여형 수업으로 진행했다.

미네르바 스쿨에는 코슬린 교수를 비롯해, 전 미 상원의원 밥 케리 등 미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학자들이 자문위원 및 교수로 있다. 코슬린 교수는 “기존 고등교육 시스템이 다른 분야에 비해 너무 더디게 발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mi.j@hanedu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