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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경: 성평등과 시민권의 정치

johancafe 2010.05.14 13:27 조회수 : 205

장미경 논문 지도 노트(박사 과정)

2000년 5월 1일 조한


제목: 성평등과 시민권의 정치
-한국 여성 노동 운동(1987-1999)을 중심으로.

1) 자료 정리로는 아주 훌륭하다. 그러나 전체적 조망속에서 문제제기를 하는 부분이 미흡해서 논문이 나열식으로 끝나버리고 있다. 서양의 시민권 의식의 변화를 개괄적으로 정리한 후 우리나라 여성 노동운동의 파편들을 그 안경으로 다시 보는, 그러한 개념적 도식에 비추어 의미를 부여하는 식이다. 매우 서구지향적이라는 비판, 그리고 박사 학위 논문에서 담지해야 할 수준 높은 분석과 종합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서양의 개념을 모범생 답안으로 정리를 한 후 그 개념틀로 우리 현실을 정리해보는 것도 유의미한 mental exercise일 수 있으나 박사 논문으로는 미흡하다는 말이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가?"를 보다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이 분명해지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나가기 어렵다. 여기서 미경씨가 하고 싶은 것은 한국 여성노동운동을 시민권의 정치라는 개념으로 풀어보고 싶은 것이고, 구체적으로 여성노동운동이 후기 그대적 시민권의 정치 개념으로 '성숙'해 가고 있고, 갈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아주 좋은 문제제기이다. 이 문제를 제대로 풀어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문제 의식을 보다 객관적으로 성찰해내고 큰 그림 속에서 자신이 제기한 문제제기의 의미를 알고 있어야 한다. 여성 노동 운동이 전체 여성운동에서 차지하는 위상, 그리고 한국 사회 운동에서 시민권의 정치로의 이행이 갖는 의미가 논의되어야 한다.

2) 구체적으로 여성노동운동을 너무 포괄적이고 당위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래서 결국 분석은 없고 자기가 내리고 싶은 결론 -여성노동운동도 시민권 정치로 나아가고 있다-만 내리고 마는 형태이다. 자신이 연구하는 현상에 대한 거리두기, criticalness가 요구된다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여성노동운동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고, 그 핵심이 진화해가는 경로를 구체적인 사회적 맥락속에서 정리/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여성노동운동은 기층여성 노동운동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사무직 여성과 프리워와 같은 고학력의 엘리트 페미니스트들의 운동이 첨가되고 나중에는 또하나의 문화나 공동 육아 운동이 언급되고 있다 (148-149). 이런 식으로 사회적 맥락과 관련없이 자신의 주장을 분명히 하기 위해 사례들을 끌어들이면 논문의 논지가 의심 받는다. 예를 들어 기층 여성의 노동운동을 프로워 운동과 관련시키면서 시민권 정치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논리상의 비약이 있다. 그리고 여성노동운동이 시민권 정치로 이행하고 있다는 논지를 입증하기 위해서 또하나의 문화나 고학력 여성운동가들이 중심이 된 공동육아운동을 그대로 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사회운동의 진화는 파편들이 조합이 아니라 유기체적 진화이다.

또하나의 문화와 같은, 애초부터 시민사회적인 페미니스트 운동의 경우는 문제제기 초반에서 큰 틀에서 정리/처리해야 한다. 시민권의 정치 개념으로 1980년대부터 시작한 페미니즘 운동이 한국에 있지만 연구자의 관심은 여성노동운동이고 (또문이 엘리트 중심의 문화 운동이고, 그 부분에 대해 연구자 자신이 관심이 없거나, 오히려 비판적이라는 점-그런가?-을 잠시 밝혀도 좋다. 중요한 것은 1980년대 일었던 운동이 크게 두 세부류이며, 연구자가 관심 있는 부분은 여성노동운동 쪽이라는 위치매김을 객관적으로 해 주는 것이다. 이 것을 하지 않으면 연구자의 주관성/편협함에 대한 비판을 방어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부분은 조주현씨의 한국 여성운동에 관한 논문을 참고하면 한다.), 특히 여성노동자운동이 시민권의 정치개념으로 '진화'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데 있다고 분명히 밝히면 된다. 그렇게 할 때 이 논문의 목적이 보다 분명해지고 논리적 전개도 깊이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워리 워를 포함시키는 것은 아주 적절할 수 있다. 단 프리워의 경우 IMF 구제 금융 위기라는 시대적 맥락이 작용한다. 보다 엄밀하게 말하면 후기 근대적 고실업시대, 20:80이라는 계급의 재편과 전지구적 자본주의화와 정보사회로의 이행이 본격화되는 시대적 변화와 연결해서 논의되어야 한다. 만일 이런 시대적 위기 상황에서 결성된 프리 워가 기층 노동자 운동과 밀접하게 연계하는 데 성공했다면 그것은 참으로 대단한 '진화'일 것이며 이 논문의 결론, 곧 여성노동운동이 시민권의 정치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도 아주 명료하게 정리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알기로 그것을 해내지는 못하고 거의 해체되고 말았다. 일단 대학생 중심의 노동운동이 일어난 시대적 맥락과 그것과 기존의 여성운동세력과의 연계, 또는 불연계가 바로 이 논문의 분석 부분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주제일 것이다.

3) 시기적 구분을 통해 재구성: 기층 노동자와 엘리트 민족민중 여성운동가들이 어울려서 시작한 여성운동이 사무직 여성운동으로 나아가고 IMF 이후 프리 워 등 전문직 여성 노동운동까지 확대되는 시기적 구분이 필요하다. 이 논문은 한마디로 기층여성 노동운동에서 시작한 여성노동운동의 진화 과정을 시민권의 정치라는 개념에서 그려내 주는 작업이다. 한국 여성노동 운동사를 구체적 사회적 맥락 속에서 논의하여야 하고, 특히 여성노동운동이 시민권이 정치로 나아가고 있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결국 그 주장을 충분한 자료로 뒷받침하면서 동시에 왜 그런 쪽으로 더 강하게 나가지 못하는지를 다룰 수 있어야 학문적인(현실에 대한 critical한 분석이 있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프리워에 대한 예리한 분석 등이 그런 결론으로 이어지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사회 현상을 연구하는 데 필요한 거리, criticalness를 견지하기 위한 방법론적 방안들, 그리고 귀납법과 연역법을 고루 쓰면서 무관해보이는 파편적 논지들을 통합해서 새로운 논지를 만들어내는 훈련이 박사학위 논문 마무리 작업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4) 서술상에서 실명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고 안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군 가산점 제도를 논의할 때 조택 교수등 75명 등, 이화여대생 1931명 등으로 실명을 거론하면서 용모차별의 경우는 이름을 거론하지 않는다.(103-104)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한다.

 

2000-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