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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문화 시대 바이링귀얼 bilingual 되기

johancafe 2010.05.14 13:07 조회수 : 4039

연두 연재 두 번째: 다문화 시대 바이링귀얼 bilingual 되기
조한혜정의 강의 노트 : 수업 마당을 열기

첫 수업은 가슴 설레는 시간이다. ‘개구식’을 잘 해야 한 학기가 잘 간다고 학기가 시작하면 첫 강의를 ‘의례’처럼 정성을 들여 하시던, 지금은 은퇴하고 안 계신 선생님 생각이 난다. 연희관 작은 교실로 들어간다. 이 수업을 지원해줄 대학원 조교들과 한국에 박사 논문을 위한 현장조사를 하러와 있는 젊은 연구자들, 그리고 학생들과 첫인사를 나누고, 내가 왜 강의를 영어로 하기로 했는지를 이야기 한다.

이 강의는 내가 한국서 시도하는 첫 번 영어강의이며, 성과가 좋지 않으면 마지막 강의일 수도 있는 실험 강의라는 것, 특히 자연스럽지 않은 것을 싫어하는 나로서 한국 땅에서 내게 가장 편한 한국어를 두고 다른 언어로 강의를 한다는 것은 탐탁지 않은 일이라는 것, 그러나 ‘영어 광풍’이 일고 있는 현 한국의 문화 분석을 위해 시도해 보기로 했다는 것, 목적은 그 열풍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유도할 해법을 찾기 위해서라는 말로 첫 수업 ‘개구식’을 치렀다.

이번 학기 수업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학생들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삶을 만들어가는 일에 ‘참여’하게 하는 일이다. 최근 십 여년, 글로벌 열풍과 개혁바람은 아주 강하게 일었고, 우리 대학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 개혁의 주체는 교육인적자원부이거나 대학 당국이거나 교수와 직원이었지, 학생들은 아니었다. 학생회에서 등록금 투쟁이나 학생 활동 공간 확보를 위해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21세기적 글로벌 대학이 되기 위한 개혁적 노력에 학생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21세기적 개혁이라 함은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대안을 내놓는 것을 말한다. 학생들도 변화하는 시대를 자신들의 입장에서 읽어내면서 훌륭한 대학을 만들어가는데 동참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스스로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좋은 대학이란 학생들이 자신의 배움에 만족해하는 대학일 것인데 당사자의 노력 없이 그것을 해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수업에서 하려는 다른 하나는 시대 파악을 위한 핵심 개념을 익히고, 삶을 읽어내는 방법을 배워가는 것이다. 기존 체제나 문화에 갇히지 않고, 앞으로 올 세상을 감지하면서 유연하게 시대를 살아내는 것, 그리고 바로 그런 삶이 보다 적응력 있는 새로운 집단차원의 문화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변화가 느린 사회에서는 구태여 모두가 사회 변화를 애써 읽어내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지만 지금과 같은 압축적 변동의 시대에는 모두가 그런 노력을 해야 한다. 이 수업에서는 시대를 파악하고 대안을 내 놓는 바로 그 작업을 하려고 하다. 그것도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 영어 수업에 임하는 태도: 간단명료한 영어와 듣기 능력

그간 영어 수업을 받아본 학생들로부터 유창한 발음으로 빠르게 말하는 학생들에게 눌려서 한 학기 내내 토론에 한 번도 참여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수업에서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작업은 구성원들이 부당하게 주눅 들지 않고 말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일일 것이다. 수업에서는 한 학기 동안 영어라면 주눅 들어버리는 문화, 곧 엄청난 사대주의적 집단 무의식을 성찰하는 작업을 하게 될 터이데, 일단 그것을 하기 위해서 우리 자신들이 그런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첫 주에 외국인이 동사무소에 오자 모두가 숨어버리는 장면에서 시작하는 김성수 감독의 <영어 완전 정복> (2003) 도입부를 보면서 우리의 문화적 현장을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이 권력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만들어지기 전에 미리 ‘이상적 담화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수업 시작하면서 영어와 한국어를 둘 다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학생들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는데 선뜻 손을 든 사람은 없었다. 겸손함 때문인가... 대만에서 온 외국인 학생이 영어와 한국어 둘 다 조금 어려운데 들어도 좋겠냐고 물어왔다. 한국어는 한학기만 배웠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자유자재’로 라는 말은 실은 애매하다. 영어를 잘 하는 것과 개념적 이해를 잘 하는 것은 다른 능력이다. 일반적으로 조기 유학을 갔던 사람들은 영어발음이 유창해도 개념적 사유가 약할 개연성이 높다. 모국어로 한창 책을 읽으며 고도의 개념화를 해갈 나이에 외국에 가서 외국어로 공부하고 적응하느라 그 시간을 놓쳐버린 학생들을 나는 종종 보아왔다. 반면 모국어로는 개념파악이 아주 탁월하지만 영어표현이 거의 안 되는 학생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수업이 그런 학생들이 상호 협동하면서 각자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가면서 자기주도적으로 많은 것을 배워가는 수업이기를 바라고 있다.

지금은 학생들이 한창 배우는 나이인만큼 발음을 제대로 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부산에서 온 학생들이 부산말 티를 안 내려고 애를 써도 부산말 억양은 남아 있는 것이고, 그것에 대해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 그런데 영어 발음에 대해서는 어떻게들 반응하는? 간혹 영어를 가르치는 TV나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어보면 프로그램 진행자는 그 프로에 등장하는 강사가 가장 표준적인 영어를 하는 사람으로 부각시키려 온갖 노력을 한다. 이 프로그램이 가장 좋은 프로그램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상술의 표현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을 듣는 사람은 정말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아주 챙피를 당한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진행자는 “didn't you'는 ‘딘유’라고 해야지 ‘디든츄’라고 하면 못 알아듣는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동부와 서부 영어가 다르고, 영국은 미국식 발음을 싫어하고 또 인도식 영어도 많은 인구가 사용하고 있다.

이 수업에서는 미국식 ‘표준영어’를 써도 좋고, BBC 영어를 써도 좋으며, 인도 영어도 좋고 잘 모르는 지역에서 사용해온 ‘사투리’ 영어를 써도 좋다. 문법을 열심히 배워 만들어내는 콩글리시를 써도 좋고, 아시아 주민들끼리 잘 통하는 영어를 써도 좋다. 딱히 보다 위에 있는 영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지역어인 다양한 영어 ‘englishes’를 있는 그대로 존중할 것이다. 나만 해도, 1960년대 중학교 때 팝송과 비틀즈의 노래를 익히면서 영어를 배웠고, 20대에는 미국 중부에 머물면서 영어를 배웠고, 30대에는 영국에 머물면서 나만의 독특한 억양의 영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학생들은 나의 독특한 엑센트에 익숙해져야 하고, 다양한 초청 강사들이나 동료 수강생들의 다양한 수준과 억양의 영어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엑센트 따위가 아니라 분명하게 상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말하는 것이다.

분명하게 말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다양한 ‘영어들’을 소화시켜내는 청각능력이다. 한국말 수업에도 떠듬거리고 수줍은 학생들은 늘 있지 않는가? 말 잘하는 사람과 말 못하는 사람들이 섞여 있고 말 못하는 학생의 말도 우리는 존중해서 참을성 있어 준다. 영어 수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서로의 기를 살리는 분위기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영어로 하든 한국어로 하든 배움은 ‘이상적 담화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이때 배우는 이들의 ‘의지’와 ‘능력’이 중요하다. 특히 인문사회과학 수업은 활발한 토론을 통해 개념들을 보다 정확하게 익혀가는 것이 목적이므로 초반의 수업문화를 잘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서 서로 알아듣기 힘든 어려운 단어사용이나 너무 빨리 말하는 것 을 자제하고 가능한 한 단순하고 명료한 영어를 사용하는 것, 그리고 다양한 사투리와 억양을 소화해낼 폭넓은 ‘듣기 능력’이 중요하다.

‘민주적 수업 마당’을 만들어가는 연장선에서
첫주 쪽글 과제
1) 이 수업을 왜 듣고 수업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 지,
2) 자신이 수강한 영어로 하는 수업에 대한 문제나 장점들,
3) 자신이 그간 어떤 식으로 영어공부를 해 왔는지를 써오는 것이다.

두 번째 과제: 전자 칠판에 오른 교수 일지 영어를 다듬어 볼 것.(수요일까지)- 번역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

세 번째 과제: Globish에 대해 조사해서 정리해올 것 (일요일까지)
참고할 자료는
1)영어 수출로 많은 돈을 벌어온 영국 정부에서 펴낸 보고서 (David Graddol의 [The Future of English] 2000)
2) 장뽈 네리에르 Jean-Paul Nerriere가 제창한 Globish에 대한 조사: 관련 사이트 www.globish.com와 기사들 (Robert McCrum December 2006 The Observer Review, Mary Blume, April 22, 2005, International Herald Tribune, "If you can't master English, Try Globish" 등)

@ 연두 연재를 위해 생각해본 이미지들
이미지 1- 영어 수업 30% 올리기 등에 대한 기사나 입학식을 영어로 진행한 외대 입학식 사진과 기사(한겨레 3/4일자에 작은 기사 있음)
이미지 2 -듣기 능력에 관한 언급에 뷰티플 그린 영화 장면 중 아이들 다섯이 귀에 손을 대고 있는 장면만 클로즈 업.
이미지3- www.globish.com에 있는 Parlez Globish 불어, 중국어, 한국어판 책 표지
@관련 자료: 강의 계획서- 올려도 되고 안 올려도 됨.

2008-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