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모스 레이크 첫쨋날
7월 16일
대학원때부터 갔던 곳,
제 3의 고향이다.
맘모스 레이크를 삼년만에 가는 길.
아주 오랫만에 인천 공항에 왔다.
공항은 아직 썰렁하고 라운지도 역시 한산하다.
LA 공항은 붐볐고 입국 절차에 예외 없이 근 두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제주보다 한결 시원한, 습하지 않는 날씨,
역시 사막의 날씨다.
오랫만에 보는 거대한 천사의 도시가 천사와는 거리가 먼 도시,
괴물의 도시로 다가온다.
모두가 차 한대씩 몰고 다니는 모습,
그 엄청난 속도와
자칫하면 놓칠 것 같은 각각의 숫자의 프리웨이들.
어지럽다.
거대한 저택들,
정원사가 와야 관리가 되는 집,
그 집 안에서 점점 무거워지는,
실은 가벼워지는 삶의 무게를 떠안고 살아가는 우리가 있다.
언니와 오빠와 만나
'이웃사랑'의 가훈을 남기고 떠나신 조상님을
기리고 찬송가를 부르고 만찬을 했다.
참으로 오랫만에.
그리고는 사막을 달려 맘모스 레이크로 향했다.
대학원시절부터 집처럼 들락거린 곳.
언니네 샌디에고를 거처
LA 브렌트우드 친구집을 거쳐
산페르난도 벨리를 지나
모하비 사막을 거치고
오웬스 벨리를 지난다.
해발 2800 미터 드디에 도착,
고산병 두통이 올까봐 조심하고 있는데 아직은 괜찮다.
늘 오는 단골집 콘도의 원주민 그림들은 그대로 있는데
오븐과 소파가 바뀌었다.
망가진 행성에서 이렇게 기름 쓰며 비행기 자동차 타고 여행해도 되나….
LA도시에서 물을 확보하기 위한 독점권을 갖게 되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실제 주민들은 삶터를 잃어버린 서부 개척사를 생각하면
이 삭막한 사막의 낙원이 얼마나 많은 희생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는지가 보이고
그래서 어쩐 지 가지 않아야 할 것도 같은데
시에라 산맥과 맴모스 호수의 푸르름의 유혹은 떨치기 어렵다.
20대 대학원생 때 많은 친구들을 몰고 수없이 다닌 이 길,
몇대 차로 달려갔던 그 길을 이제 80세가 되어
변함없는 모습으로 달리는 노인의 옆모습에서 세월을 본다.
그냥 그 꿋꿋함, 그 한결같음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