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스프 지배의 공고화? <위어드> 출간 소식을 접하고
WASP 미국의 앵글로ㆍ색슨계 백인 프로테스탄트를 지칭하는 단어.
다문화 운동이 일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에는 성찰적이지 못한 백인들을 비판하는 용어로 사용되어왔다.
여기에 근대사를 이끌어간 주역이 남성이었으므로 male이 마지막에 들어가기도 한다.
최근 사회생물진화론자인 조지프 헨릭이 WEIRD 라는 제목의 책으로 이 집단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유럽 근대 문명의 출현을 분석하면서 그들이 독자적 문화를 형성한 진화과정을 살펴보고 있는 책이다.
1884년에 출간된 엥겔스의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1905년에 출간된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부터
1970년대 영국 캠브릿지 대 인류학자 알렌 맥퍼런의 <영국 개인주의의 기원>을 비롯한 진화론적, 역사적 논의들,
그리고 아날 학파의 역사 계보학적 연구 등에서 다루어온 주제들을 좀 더 거시적 진화와 생물학적 진화를 포함한 논의로 정리한 것인데
남성 중심성과 몰역사성의 한계를 고스란히 안은 채 잡다한 이야기로 흘러간 것 아닌가 싶다.
그간 와스프, 곧 유럽 백인 엘리트들과 그 이후 미국으로 이주한 와스프들은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현대 문명, 곧 도구적 합리성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
삶의 영역, 소통과 돌봄의 영역을 지워버리고 과학기술주의가 지배하는 사회를 만든 주역들이다.
현재 모든 것을 숫자화 하고 논리적이고 체계적이어야 직성이 풀리는 엘리트들
AI 시대를 주도하는 테크노크랫 TECHNOCRAT 계급이라 할 수 있다.
일선에 있지 않더라도 주식을 하면서 나름 편하게 살아가는 지금 시대의 리더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이들을 하나의 단어로 흥미로운 단어로 묶어낸 것을 나는 높이 사고 싶다.
그러나 이 들이 인류사에서 차지하는 의미에 대해서 이 책은 함구한다.
역사의 방향성에 대한 가치 판단을 유보/간과한 채 방대한 지식을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엮어낸 몰역사성이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책 광고에서 이 책을 유발 하라리나 제래미 다이아몬드의 책과 견주는 것이 불편한 이유이다.
최근에 불거진 <이기적 유전자> 읽기 붐과 이른바 '벽돌 책' 현상에 대해 불편하던 차에
이 책을 보니 더욱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래서 다음에 이 책 홍보에 앞장 선 최재천 교수를 만나면 물어볼 생각이다.
인류의 진화에 대해 좀 더 체계적인 작업을 본격적으로 해보실 생각은 없으시냐고.
나는 최재천 선생님의 놀라운 탐구력과 부지런함, 그리고 대중친화적 '헐렁함'을 아주 좋아하지만
진화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제자로 회귀하는 듯한 이 행보는, 글쎄다.
나는 그가 윌슨 보다는 제인 구달의 제자로 남기를 바라고 있다.
때마침 한국 독자들이 거시 진화적 논의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터라
인류가 거친 사회 진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좋겠다.
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조지프 헨릭 지음 2020 /한국판 2022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4864015
최재천 교수 특별 추천사 수록!
조슈아 그린, 캐스 선스타인, 프랜시스 후쿠야마 강력 추천!
“서구 사회의 독특한 심리, 문화, 제도는 어떻게 세상의 주류가 되었을까?”
서구의(Western), 교육 수준이 높고(Educated), 산업화된(Industrialized), 부유하고(Rich), 민주적인(Democratic) 사람들. 세상은 이들을 ‘WEIRD(위어드)’라고 부른다. 오늘날 국제 사회의 주류라고 여겨지는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가진 이 집단은 역사 속에서 등장한 세계의 많은 지역, 그리고 지금까지 살았던 대다수 사람과 달리 대단히 개인주의적이고, 자기에 집착하고, 통제 지향적이며, 남들 하는 대로 따라 하지 않고, 분석적인 동시에 낯선 사람을 신뢰한다. 이들은 관계와 사회적 역할보다 자기 자신, 즉 자신의 특성과 성취, 열망 등에 초점을 맞춘다. 과연 이 집단은 어떻게 이렇게 독특한 심리를 갖게 된 걸까? 또 이런 심리적 차이는 지난 몇 세기에 걸친 산업혁명과 유럽의 전 지구적 팽창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까?
『위어드』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다루며 인류학과 심리학, 경제학과 진화생물학의 첨단 연구를 하나로 엮는다. 가족 구조, 결혼, 종교의 기원과 진화를 탐구한 끝에, 저자는 이 제도들이 인간이 생각하고, 느끼고, 세계를 지각하는 방식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담아냈다. 또한 일부일처 핵가족의 기원을 고대 후기까지 추적하며 로마가톨릭교회가 가장 기본적인 인간 제도(결혼과 친족 제도)를 변형시킴으로써 어떻게 의도치 않게 사람들의 심리를 변화시키고 서구 문명의 궤적을 이동시켰는지를 보여준다.
광대한 범위에 걸쳐 놀랍도록 세부적인 사실을 파고든다는 점에서 도발적이고 매력적인 이 책은 문화와 제도와 심리가 어떻게 서로를 모양 짓는지를 탐구하고, 이런 사실이 우리 인간의 가장 개인적인 자아 인식과 인류 역사를 움직이는 대규모 사회·정치·경제적 힘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설명하는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