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아카데미 발표 개요 1.1
플라톤 아카데미 메모 2023.0921 3시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정과 환대의 세상살이는 가능한가?
이 제목은 자본주의 체제를 벗어날 수 있으면 지속가능한 삶이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암시를 주고 있다. 그러나 실제 그럴까? 우리는 지금 마지막 승자가 되기 위해 서로를 죽이는 영화 <오징어 게임>과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고 이는 ‘승자독식 자본주의’와 ‘약탈적 제국주의’와 ‘폭력적 가부장제’가 복합적으로 작동하면서 만들어낸 세상이다. 무력 통치의 세계를 벗어난 공생 정치, 독점적 화폐경제를 넘어선 호혜 경제, 그리고 동일자 복제를 추구하는 남성적 존재론을 넘어설 때 실질적 변화가 가능하다. 이번 강의에서 나는 가부장제에 초점을 맞추어 우리가 함께 묻고 해결해야 할 질문들을 모아보려 한다. 시기적으로는 고대 가부장 체제의 출현기로 거슬러 가고, 분석 범주로는 공공영역, 가정 영역, 성별분업, 피임기술, 모성적 세계관, 환대의 윤리 호혜 경제, 조직구조가 아닌 네트워크 연결망 프렉탈의 질서가 중심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묻게 되는 질문을 모아보면
1) 호모 사피엔스는 어떤 특징을 가진 존재인가? 사냥꾼으로서의 남자, 채집양육인으로서의 여자 Man the Hunter Woman the Gather 가설은 제대로 풀리고 있는가? 사냥꾼과 채집/양육인의 협동과 갈등은 어떤 양상으로 해결해갔을까?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인가 이타적인가? 여자가 남자보다 오래 사는 이유는 뭘까?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휴먼 카인드>, 고인류학자 이상희, 윤신영 <인류의 기원>)
2) ‘문명화’ 과정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신학자 조민아의 <일상과 신비>, 홀로코스트를 겪은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 레비나스의 <존재에서 존재자로> 에서는 이 질문을 깊게 탐구한다.
3) 삶을 주도하기보다 고스란히 ‘겪어내고 있는’ 사람들이 말하기 시작했다. 박 해영 드라마 작가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추앙’의 개념으로 환대의 세계로 우리는 초대한 바 있다.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지금 시대를 어떻게 명명하며 살려낼 수 있을까? 한국의 민주화 운동(권)이 여성을 ‘타자화’ 하지 않았다면 한국의 정치는 지금처럼 난국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다. 비슷한 맥락에서 갈수록 선명해지는 딸들의 과도한 성취욕구는 아직도 그들을 위한 환대의 장소가 충분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김현경의 <사람, 장소, 환대>)
4) 페미니즘은 개인, 각 집단에 따라 수천수만의 개념으로 해석되면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페미니즘은 너무 오래 근대의 틀 안에 갇혀 있은 것은 아닌지? 지금 여기 모인 우리도 우리 나름의 정의를 내려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The Longest War 가장 오래된 전쟁, the Last Colony 최후의 식민지 (마리아 미즈), 가장 근원적인 토종 씨앗 운동 the Radical Movement of Food Production (반다나 시바)가 이 운동의 좋은 시작일 것이다.
그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근대 민주국가의 출현과 함께 모든 사회구성원이 참정권을 갖는다는 원칙이 세워졌고 그것은 가부장적 순서대로 남자 먼저, 여자 나중에 실질적으로 실현되었다. 1970년대 이후 분업사회로 진입하면서 여성들의 공적 영역 진출은 아주 활발해졌고 대중적 여성운동과 함께 여성주의 이론과 실천적 담론들이 터져 나왔다. 공적 영역의 성원이 된 여자들은 남성들은 너무 잘 길들여진 터라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남성중심성을 알리며 좀 더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분투했다. 이제 그 이야기들을 모아 사회 자체를 근본적으로 탈바꿈시키는 방향과 방법론을 제시하고 실천할 때이다.
한편 일차·이차 대전을 겪은 후 홀로코스트 생존자 레비나스와 아렌트는 서구적 존재론과 전체주의를 문제 삼으며 인간과 사회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내놓았는데 이들의 논의는 현재 많은 사상가들, 특히 여성주의 사상가들이 집중하고 있는 탈 폭력화 담론과 맥을 같이 한다. 잔인한 폭력의 역사는 아직도 방황 선회를 하지 않고 있다. 인류의 종말이 꽤 가까워지고 있는 절박한 상황에서 여성주의적 실천이 더욱 시급해지는 이유이다. 체제 안팎에서 타자를 환대하면서 살아가는 것,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 동물과 식물 등 여타 생물체, 나아가 일정한 유기체로 진화한 AI와 협동적/공존적 관계를 맺어가는 것에 대한 좀 더 선명한 선언과 구체적 실천전략을 세울 때라는 말이다.
반려동물이나 반려 식물 덕분에 겨우 유지되는 우정과 환대의 세계, 만나 타산적 관계를 떠나 주기적으로 만나 책을 읽고 글 쓰는 동인의 자리가 만들어내는 일시적 평화의 시간, 함께 있는 것 자체로 불면증이 낫게 된다는 것을 알아차린 신경증 환자들의 감사 시간, 더불어 사는 삶 자체의 황홀함을 알아차리고 있는 성찰적 존재들, 스마트폰과 함께 자라고 있는 ‘신인류’ 세대가 모든 것을 숫자화 제도적 삶 ‘너머’를 상상하고 열어가야 할 때이다. 사는 것과 죽은 것, 성장과 소멸, 이 근본적 주제를 두고 함께 몸/가슴/머리를 맞대고 '비약하는 진화'의 과정에 참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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