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기원하는 글
23년 9월 22일
선흘에 온 지 세 번째 맞는 추석인가…. 올해는 제주가 ‘본가’가 된 집들이 늘어나 2세들이 꽤 내려온다고 하고 이미 이곳에 머무는 2세들도 있어 분위기가 좀 달라질 것 같다. 미국에 가서 십여 년 추석 명절을 함께 하지 못한 우리집 아이도 딸과 함께 온다니 송편도 만들고 서로를 알아가는 좋은 기회가 될테지. 작년과 올해, 마을에서는 허리 아프고 다리 아프고 수술도 하는 등 사건 사고가 많았다. 마을의 주축인 5060세대가 기력이 떨어지면 어찌하나.... 70중반이 되면서 나이의 위력을 절감하게 된 나로서는 걱정이 많다. 그래서 더욱 이번 추석은 다음 세대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
청년 세대를 위해 땅을 기부할 사람들이 모여 협동 조합주택을 짓는다는 말에 혹해서 조합에 가입한 나로서는 조합원들의 아이들, 곧 볍씨 학교 출신 2030 청년들에게 관심이 많다. 이 청년들이 볍씨 학교 학생들의 미래이기도 하고 그들의 불안을 풀어줄 선배이기도 하니까 명절부터 활발한 어우러짐이 시작되면 어떨까? 세상살이가 점점 팍팍해지면서 관계가 좋은 가족들은 3대가 다시 모이고 있는데 우리 마을도 조만간 그리 되지 않을까 싶다. 마침 마을에서 열성적으로 벌이고 있는 인다라, 도시락 사업, 미술관 사업, 스테인드글라스 예술관 등 사업이 잘 되고 있으니 (잘 되고 있나?^^) 조만간 AI 세대 청년들이 선망하는 좋은 일자리, 일거리, 그리고 삶의 모델이 우리 동네를 중심으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꼭 그렇게 되면 좋겠다.
요리를 겁내지 않는 음식의 달인들은 육지에 가거나 몸이 아프다고들 하니 아프니 이 참에 노동은 줄이고 즐거움은 커지는 잔치를 만들어봐야 할 것 같다. 단골 손님인 볍씨 학교 학생들도 한 덩어리가 아닌 개개인으로 마음 껏 추석의 시간을 즐기면 좋겠고, 거의 동네 사람이 다 된 목수님과 매주 오는 요가 선생님, 올해 깊은 연을 맺은 레이지 마마 대표나 마을 단골 미용사 정예 씨(부부와 방긋 웃기 시작한 그들의 아기)도 오면 좋겠고 마을의 다양한 사업을 통해 만난 귀한 인연들도 초대하면 좋지 않을까? 가족이 아니면서 가족보다 가까운, 가족이면서 부담스럽지 않은 인연들이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자리, 소중한 단골들과 이웃과 함께 손잡는 시간,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인, 만물이 서로 돕는 세상을 확인하는 시간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면 좋겠다. 마을의 나무와 화초들과 채소들, 그리고 이제 마을 고양이들이 된 아이들까지 모두가 환한 달빛을 듬뿍 받기를, 그리고 모두가 건강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