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 숲, 동트는 저편
나무들 사이를 오가는
직박구리 소리
창문을 연다.
뒤적거림, 꿈틀거림,
피어나는 초록빛
오늘도 거대한 행성은 깨어나고
이곳저곳에서 너구리도 개미도 나무늘보도 기지개를 켜겠지.
“인간 멸종은 파국이 아니다.
종말은 맞이한 건 인간이 아닌가?”
여든 해를 행성에서 산 SF 작가 마가렛 에트우드는
그렇게 아침을 맞이한다.
이미 늦어버린 미래,
반복되는 현재
꿈이 되어버린 과거
까마득한 시간이지만
아무튼 녹색,
오늘도 어스름 행성의 새벽에 기도를 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네가 모르는 전투를 치르고 있다.
친절하라, 그 어느 때라도.”
비욘 린데블라드가 <I May Be Wrong> 이라는 제목으로
위로의 메모를 남겼다.
‘미안하다’는 말보다 ‘고맙다’고 말하기
나를 위로하며
문을 열고 할머니 작업실로 발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