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돌봄 Climate Care
기후 돌봄 Climate Care 대혼돈 시대에 삶을 지키고 회복하는 상상을 시작하기 한신대 생태문명원 기획 우석영 엮음 신지혜 한윤정 우석영 권범철 이재경 조미성 지음
재난사회의 도래와 이에 따라 새롭게 돌봄이 호출되 는 상황을 어떻게 진단해야 할까? 우선, 그간 그 사회적 가치 가 저평가되고 주변부에 머물러온 돌봄 노동에 관한 재평가 가 필요한 상황일 것이다. 이제껏 돌봄은 생산을 위한 재생산 활동이었으나 앞으로는 재생산, 즉 사회의 유지 자체가 문제 가 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 기후위기 시대는 사회구성원 모 두가 (필요할 경우) 돌봄 노동/활동의 수행 주체로 나서는 것 이 요구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즉, 가정이든, 학교든, 공장이 든, 사무실이든, 도로든 누구나 재난 상황에서 당장 요구되는 돌봄 노동을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더 중요하게는 (각 지역에서의) 개인들의 자발적인 돌봄 연대 행위가, 그런 돌봄 연대를 지원하고 독려하는 식으로 국가 전 체와 각 지역의 기후 회복력을 증대하는 국가의 정책이, 좀 더 거시적으로는 돌봄을 중심 원칙으로 삼는 새로운 사회경 제 제도의 모색이 요청되는 시점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처럼 회복력을 중심 에 둔 시민들의 돌봄 운동은 이전보다 더 성공적인 방법으로 온실기체를 감축하는 경로가 될 수 있다. 모두에게 닥친 기후 위기를 마주한 현실에서 지구 어디에나 내가 돌보아야 하는, 나를 돌보아줄 인간/비인간 친족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지, 같은 위험에 맞서는 공동체의 감정 연대, (되찾은) 지역적 정 체성─이 모든 것이 더워진 두려운 세상에서 우리를 지켜내 고 전진하게 할 고마운 힘, 기운, 기력으로서 오늘 우리에게 요구되고 있다. 기후위기와 기후재난은 인간의 총체적 위기, 총체적 재난으로서 총체적 수준의 인간 돌봄, 세계 돌봄을 요청한다. 혹한의 추위가 닥치면 재두루미와 황제펭귄 같은 이들은 무리를 짓는 정도가 아니라 각자의 신체를 다닥다닥 붙여 열을 보존하고 따뜻한 자리를 번갈아 바꾸면서 ─ 이런 행동을 영 어로는 ‘허들링huddling’이라 부른다 ─ 맹추위를 견딘다. 이러 한 상호돌봄이 지구상 모든 동물이 위기 상황에서 발휘하는 지혜다. 지금 우리에게도 이러한 허들링이, 웅크린 몸을 붙이 고 서로를 돌봐주는 행동이 필요하다. 증대하는, 증대할 것 으로 예상되는 장래의 기후재난은 흩어져 있고, 분열해 있고, 서로 대립하기도 하는 인간집단의 상호돌봄을 호출하면서, 그것을 요청하면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