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녀 사회같은 공동 육아가 저출산 해법”
2023년 11월 17일 동아일보
삼성행복대상 수상 조한혜정 교수
“남편-할머니-삼촌-이웃 함께 돌보는
삶 공유할 ‘동네 공동체’ 회복 필요
아이 성장엔 부모 외에 제3자 있어야”
“결국 한국식 저출산의 해답은 공동육아로 돌아가는 거예요. 거리를 기준으로 인접한 커뮤니티 공동체를 되살려야 합니다.”
올해 삼성행복대상 수상자이자 여성학자·문화인류학자인 조한혜정 연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75·여)는 저출산 문제 돌파구에 대해 이처럼 답했다. 조한 교수는 현재 제주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인터뷰는 서면 및 전화로 진행됐다.
조한 교수는 최근 한국이 마주한 저출산과 개인 소외 문제를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했다. 첫 번째는 공동육아의 소멸, 두 번째는 교육의 붕괴다.
1970년대 후반 미국에서 페미니즘이 번성하던 당시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인류학과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조한 교수는 제주도 해녀 사회 연구를 발표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조한 교수는 “제주에서 사회경제적 주체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해녀가 인상 깊었다”며 “해녀 사회는 남편과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이모, 이웃 모두가 아이를 돌보는 공동체적 보살핌의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귀국 후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할 때도 그는 동료 교수와 문인, 학생들과 대안 문화 모임인 ‘또 하나의 문화’를 창립하고 주말과 방학에 어린이 캠프 등을 비롯한 공동육아 실험을 이어 왔다. 이는 국내 공동육아 운동 확대로 이어져 전국 72개소 공동육아 어린이집 개소 등에 기여했다.
궁극적으로 조한 교수는 공동육아의 기반이 될 ‘동네 공동체’의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어떤 엄마가 하는 카페가 아지트가 돼도 좋고, 아파트 공동육아센터가 돼도 좋다”며 “은퇴한 사회인들이 아이들과 공부 모임을 열고, 음식 잘하는 어르신이 국을 끓여 주시고, 열 살짜리 아이는 그분들에게 스마트폰을 알려드리고, 그렇게 삶을 공유할 수 있는 아지트가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의 성장에는 부모 외에 제3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경쟁과 적대와 불신의 사회에서 벗어나 상호 돌봄과 신뢰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기쁨과 치유의 힘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한 교수는 내년에 20주년을 맞는 청소년 대안교육기관인 ‘하자센터’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하자센터는 입시 위주 학제를 버리고 대안 교육을 찾는 청소년들에게 ‘작업장’을 제공해 자기 진로를 스스로 찾아가게 한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작가 문지원 씨가 이 하자센터 작업장학교 1호 졸업생이다. 조한 교수는 “감독이 되고 싶은데 학교에서 영상을 못 찍게 해 자퇴하고 하자센터 영상 작업장학교를 이끈 학생이었다”며 “우영우에 등장하는 고래가 작업장학교의 심벌이다. 고래는 우리처럼 특별한 소리로 대화하고 세상과 소통하지만 이를 사람들은 듣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결국 조한 교수가 강조한 것은 인간 대 인간, 존재 대 존재로서의 관계 맺음과 공생 사회의 회복이었다. 조한 교수는 “지금도 동네에서 서로 다른 세대가 섞인 ‘심심모임’, ‘난감모임’ 등 차담회를 한다”며 “그렇게 어른과 아이가 모두 함께할 수 있는 공동체의 시공간을 넓혀 가는 것, 그게 우리가 되찾아야 하는 사회”라고 말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20일 서울 용산구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에서 ‘2023 삼성행복대상’ 시상식을 개최한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