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워리 기자단 20231130
아이 친구 엄마들과 친해지려고 애쓰지는 않았다. 놀이터나 등하교 길에서 자주 마주치니 오며가며 인사를 나누게 되고, 깊이 사귀지는 않더라도 서로의 집을 오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을 돌봤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자 그런 자연스러운 기회도 없어졌다. 아이들은 각자 학원 스케줄 대로 움직이고 짬짬이 노는 곳은 놀이터가 아닌 온라인이다. 혼자서 밥도 챙겨 먹고 병원도 갈 수 있으니 아이 친구 엄마에게 부탁할 필요도 없다. 도움을 구하지도 다른 이를 돕지도 않고 서로 문을 닫으며 가족 안에서 해결한다. 아쉬운 건 학원 정보 정도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를 검색하는 편이 낫다. 선배맘들이 그랬다. 어차피 서로 경쟁자니까 알짜 정보는 안 내놓는다고. 검색으로 알기 어려운 과외나 팀별 수업 정보는 공유하지 않으니까 먼저 묻지 말라고 했다.
등대지기 학교 5강에서 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 교수님은 인류 문명의 변천사를 인간의 공격성이나 남녀 짝짓기 경쟁이 아닌 모성적 원리가 주도하는 연대와 돌봄의 관점으로 정리하셨다. 적자생존은 어긋난 해석이다. “손 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인류는 오랜 시간 함께 아이를 키워왔다. 그런데 어쩌자고 우리는 이렇게까지 서로를 견제하게 되었을까? 상부상조하는 이웃은 옛말이고 대학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한 경쟁자로만 서로를 대하게 되었을까? 우리가 한 동네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서로에게 궁금해하는 게 고작 학원 정보라니. 참담하다.
고립되어 각박하게 살면서도 괜찮은 척하는 나에게 인류학자의 눈빛은 위로가 되었다.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읽어주시니 속이 시원했다. 답이 없더라도 모여서 난감한 문제를 그냥 이야기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니 다행이다. “질문하는 존재들이 만들어내는 우정과 환대의 장소”,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관계망.”을 말씀하셨는데 거기에는 속해 있고, 앞으로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날의 강의가, 등대지기학교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모두 인류학자가 되는 꿈을 꾸신다는 말씀은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품게 만든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공동체의 일원이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구축하는 삶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인류학자의 통찰력 있으면서 넉넉한 시선에서 희망을, 따뜻한 기온을 느끼려면 지금 바로 조한혜정 선생님의 강의에 접속하자.
■ 글. 노워리기자단 송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