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Field Trips Anywhere
CHO(HAN)Haejoang

노워리 기자단 20231130

조한 2023.12.28 16:35 조회수 : 340

[등대지기학교 후기] 내 새끼만 잘 키울 수는 없다

프로필

2023. 11. 30. 11:49

 이웃추가

아이 친구 엄마들과 친해지려고 애쓰지는 않았다. 놀이터나 등하교 길에서 자주 마주치니 오며가며 인사를 나누게 되고, 깊이 사귀지는 않더라도 서로의 집을 오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을 돌봤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자 그런 자연스러운 기회도 없어졌다. 아이들은 각자 학원 스케줄 대로 움직이고 짬짬이 노는 곳은 놀이터가 아닌 온라인이다. 혼자서 밥도 챙겨 먹고 병원도 갈 수 있으니 아이 친구 엄마에게 부탁할 필요도 없다. 도움을 구하지도 다른 이를 돕지도 않고 서로 문을 닫으며 가족 안에서 해결한다. 아쉬운 건 학원 정보 정도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를 검색하는 편이 낫다. 선배맘들이 그랬다. 어차피 서로 경쟁자니까 알짜 정보는 안 내놓는다고. 검색으로 알기 어려운 과외나 팀별 수업 정보는 공유하지 않으니까 먼저 묻지 말라고 했다.

등대지기 학교 5강에서 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 교수님은 인류 문명의 변천사를 인간의 공격성이나 남녀 짝짓기 경쟁이 아닌 모성적 원리가 주도하는 연대와 돌봄의 관점으로 정리하셨다. 적자생존은 어긋난 해석이다. “손 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인류는 오랜 시간 함께 아이를 키워왔다. 그런데 어쩌자고 우리는 이렇게까지 서로를 견제하게 되었을까? 상부상조하는 이웃은 옛말이고 대학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한 경쟁자로만 서로를 대하게 되었을까? 우리가 한 동네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서로에게 궁금해하는 게 고작 학원 정보라니. 참담하다.

고립되어 각박하게 살면서도 괜찮은 척하는 나에게 인류학자의 눈빛은 위로가 되었다.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읽어주시니 속이 시원했다. 답이 없더라도 모여서 난감한 문제를 그냥 이야기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니 다행이다. “질문하는 존재들이 만들어내는 우정과 환대의 장소”,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관계망.”을 말씀하셨는데 거기에는 속해 있고, 앞으로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날의 강의가, 등대지기학교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모두 인류학자가 되는 꿈을 꾸신다는 말씀은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품게 만든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공동체의 일원이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구축하는 삶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인류학자의 통찰력 있으면서 넉넉한 시선에서 희망을, 따뜻한 기온을 느끼려면 지금 바로 조한혜정 선생님의 강의에 접속하자.

■ 글. 노워리기자단 송미소

목록 제목 날짜
232 고정희 기일에 외경 읽기 2022.05.29
231 거룩한 독서 Lectio Divina 2022.05.29
230 요즘 드라마 보는 재미 2022.05.29
229 제주 돌문화 공원 즉흥 춤 축제 7회 file 2022.05.23
228 볼레로 2022.05.23
227 제 7회 국제 제주 즉흥춤 축제 file 2022.05.23
226 홈 스쿨링이 자연스러운 사람들 2022.05.23
225 신 없는 세계에서 목적 찾기 2022.05.23
224 왜 지금 마을과 작은 학교를 이야기하는가? (춘천 마을 이야기) 2022.05.16
223 팬데믹 3년이 남긴 질문: 교육공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 원고) file 2022.05.16
222 우리 동네 어록 : 잡초는 없다 2022.04.18
221 재난이 파국이 아니라 2022.04.17
220 채사장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2017 2022.04.17
219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2020 사계절 2022.04.17
218 다정소감 김혼비 2021 안온 2022.04.17
217 우리 할머니는 예술가 2022.04.17
216 장자의 열번째 생일에 반사의 선물 2022.04.15
215 머물며 그리고 환대하라 file 2022.04.13
214 기운 나는 30분- 장자의 줌 영어 공부 2022.03.28
213 3/28 아침 독서 한겨레 21 창간 28돌 기념 특별본 2022.03.28
212 3/28 추천글 쓰기의 기쁨 2022.03.28
211 데자뷰- 국민국가의 정치권력 2022.03.27
210 3월 20일 동인지 모임 : '모녀/모성' 또는 '나를 살게 하는 것' file 2022.03.21
209 3/19 김홍중 세미나 - 에밀 뒤르껭과 가브리엘 타르드 2022.03.19
208 재난의 시대, 교육의 방향을 다시 묻다. 2022.03.19
207 3/12 토요일 오디세이 학교 수업 2022.03.15
206 김영옥 흰머리 휘날리며 2022.03.05
205 폭군 아버지, 히스테리 엄마 책소개 2022.03.05
204 <모녀의 세계>, 그리고 <폭군 아버지, 히스테리 엄마> 2022.03.05
203 our souls at night 밤에 우리의 영혼은 2022.03.05
202 오늘의 사자 소학 2022.02.28
201 기쁨의 실천 0228 나무 심고 수다 떨고 2022.02.28
200 장자의 마음 "나를 믿기로 했다." 빈둥빈둥 2022.02.17
199 슬기로운 좌파 생활 깔끔한 책소개 2022.02.10
198 댓글 지면, 어떤 순기능을 하는걸까 2022.02.10
197 할머니들의 기후 행동- 동네 공원에서 놀기 2022.02.10
196 남성 중심 문명 그 이후 (슬기로운 좌파 생활 서평) 2022.02.01
195 토마 피케티 : 21세기 자본, 그리고 사회주의 시급하다 2022.01.30
194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에 대한 하비의 마음 2022.01.30
193 사피엔스 번식의 에이스 카드는 외할머니 2022.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