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아카데미 기획서- 조한이 묻다
2024년 플라톤 아카데미 대주제 '공생과 환경' (조한 기획 줄임버전)
지속가능한 지구살이를 위한 우정과 환대의 시간:
돌봄/보살핌/공감/소통/사회의 회복에 대하여
- 우연의 은총에 감사하는 조한이 초대하고 묻다
[지관서가 상반기 기획 강좌] 2024년 1월~ 6월 정기강연
방식: 조한 혜정 교수가 연사를 초대, 강의(30분)를 듣고 토론
시간 : 매월 마지막 목요일
장소: 울산 지관서가 등
강좌를 열며 : 기적적 경제발전, 출산율 최하, 고령화 최고속, 청소년 자살률 세계 1위.......이런 뉴스를 들으면 나/우리는 점점 불안해집니다. 승자독식 약육강식의 설국열차를 멈출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부담스러운 시대를 벗어나 홀로 유유자적 독존의 세계를 만들겠다던 요망진 제자들은 부자가 되었고 명성을 얻었고 승승장구하는 작가도 되었지만 유토피아는 오지 않았습니다. 신자유주의 시대를 거치며, 코로나 팬데믹 시간을 지나며 너나 없이 탈존의 상태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 역시 그러합니다.
그래서 어두움 속을 더듬거리며 불안을 나눌 친구를 찾아 나섭니다. 함께 밥을 짓고 밥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온기를 나눌 친구를! 그렇습니다. 불안을 나눌 친구를 찾아 나서는 사피엔스가 희망의 소식을 가져올 것입니다. 적대의 기운을 날려버리는 마술을 찾아내 승자독식 세계를 탈출하기. 환대/호혜의 감각을 회복한 세 사람이면 족합니다. 세 명 이상이 모이면 ‘사회’가 될 수 있으니까요. 비인간 반려종 친구나 인공지능 친구도 도움이 될테지요. ‘우정과 환대의 세포/사회’들이 프랙탈 꽃무늬처럼 번지기 시작하면 삽시간에 세상이 뒤바뀔 수 있습니다. 진화의 기적을 꿈 꿉니다. 그 기적을 믿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부탁입니다. 우정과 환대의 세상을 만들어갈 친구 두 명을 만드시고 세 명이 함께 이 강의에 참여하시라고요! 강의가 끝나면 뿔뿔이 쓸쓸이 뒤돌아가지 마시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눈을 맞추며 뭔가를 도모하는 ‘사회’를 만들기 시작하시라고요. 이 강의를 핑계/계기로 즐겁게 모여 우정의 관계를 맺어가시라는 말입니다. 나 역시 이 강의를 핑계로 다시 한번 우정의 기적을 확인해볼 생각입니다. 이 길만이 우리를 살리고 앞으로 올 후손들을 살릴 길입니다.
우연의 은총에 감사하며 2024년 1월 10일 조한 혜정 씀
일정과 주제 등
1월 25일 초대 손님 : 엄기호 사회학자 “태초에 선물의 세계가 있었다.”
2월 29일 초대 손님 : 장동선 뇌과학자, “태초에 연결이 있었다."
3월 28일 초대 손님 : 정희진 여성학자 “태초에 여자와 남자가 있었다.”
4월 25일 초대 손님 : 우석훈 경제학자 “이제는 녹색 계급이다.”
5월 30일 초대 손님 : 이상희 고인류학자 “태초에 돌봄이 있었다”
6월 27일 초대 손님: 이현정 문화인류학자 “모여서 함께 돌보고 나누면 살아진다.”
* 요즘 듣는 음악을 들려주면서 강의 시작해도 좋을 듯.
세부 내용- 강사가 참고해서 하면 됨.
1월 25일 “태초에 선물의 세계가 있었다.”
초대 강사 : 엄기호 (사회학자, 청강문화산업대,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단속사회>)
핵심 개념: 교환론과 선물론, 한나 아렌트, 그리고 홀로코스트를 겪은 작가들, 신자유주의와 돌봄, 돌봄과 창의성, 추상과 구체, 공식과 비공식, 구체적 보편성, 글 읽기와 삶 읽기
* 조한 메모: 잠정적 결론, 과정, 해러웨이의 촉수적 사유, 실뜨기, 존재하기, 잇기, 집으로 가기
2월 29일 “태초에 연결이 있었다,"
초대 강사 : 장동선 (뇌과학자, [뇌는 춤추고 싶다] 공저, [AI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저자 유튜브 채널 <장동선의 궁금한 뇌>)
핵심 개념 : 이인칭 뇌 이야기, 인간을 정의하는 조건, 윤리가 필요한 이유, 마음의 작동과 경험. 어떤 미래가 올 것인가, 일인칭 뇌, 삼인칭 뇌와 AI/빅 데이터, 환경과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이인칭 뇌, 공감할 때 뇌의 파장. 과거를 기억하는 뇌와 미래 상상의 뇌, 집단 지성, 젠더 다양성과 창의성
*조한 메모: 종교는 구성원이 하나 됨 자체를 자축하는 자리에서 생겨남 collective consciousness (Durkeim) 난감 모임, 심심 모임, 그리고 공동식탁과 축제
** 피아노 치면서 시작
3월 28일 “태초에 여자와 남자가 있었다.”
초대 강사 : 정희진 (여성학자,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처럼 읽기]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저자,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핵심 개념 : “늘 화가 나 있는 소녀, 늘 억울해하는 소년”
“돌봄을 이야기하면 더 화가 나는 여성들, 돌봄이 무엇인지 모르는 남성들”
“독립의 반대는 의존이 아니라 관계성이다.”
“국민의 조건(병역)과 인간의 조건(돌봄)”
자유/권리/정의 vs 공생/관계/돌봄 (길리건의 윤리학, 차도로의 사회생물학)
자유주의 여성운동 그 이후 : 돌봄 담론이 일기 시작한 배경과 한국적 맥락
4월 25일 “이제는 녹색 계급이다.” (+ 장혜영 의원)
초대 강사 : 우석훈 (경제학자, [88 만원 세대] 공저, [조직의 재발견], [촌놈들의 제국주의] [괴물의 탄생] [문화로 먹고 살기]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저자)
핵심 개념 : 국가 소멸, 인구 소멸, 세계 정부, 노동계급, 세대계급, 녹색계급, 기후 위기세, 다양한 경제사회적 해법
* 풍요를 누린 마지막 세대의 유튜브 (중국 자막 동영상)
5월 30일 “태초에 돌봄이 있었다”
초대 강사 : 이상희 (고인류학자, 캘리포니아대 교수, [인류의 기원] [인류의 진화]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되었을까] 저자)
핵심 개념: 인류의 조상, 화석, 진화, 취약함, 놓치고 지워진 것, 각자도생. 돌봄, 다정함
생명의 본질적 취약함을 살아내기 위해 사피엔스가 선택한 길. 사냥꾼 가설 이후 새 질문과 답, 외할머니와 돌보는 자들
6월 27일 “모여서 함께 돌보고 나누면 살아진다.”
초대 강사: 이현정 (문화인류학자, 서울대 교수, [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 [외로움의 모양] 유튜브 채널 <이교수의 책과 사람>)
* 우정과 환대의 세상을 이미 만들고 있는 황현우 (홍대 동네 청년, 인디 밴드, [버티면서 존재하기] 연출 감독) 청년 100명이 이주할 터는 어디에? /리조 (변화의 월담, 우리는 모두 몸으로 일한다. 무너진 몸을 살리는 일터 혁명) 나비(강의보다 연극! 대학보다 현장~)/ 고나 (덴마크를 살린 합창의 세계를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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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메모 내부용 – 오랜만에 일을 벌이며 2024년 1월 4일 조한
1. 기발한 발상
기발한 아이디어를 곧잘 내는 이서련 플라톤 아카데미 연구원이 강좌를 기획해보자고 했다. <조한이 묻다>라는 제목으로 내가 강연자가 아니라 강좌 기획자가 되면 좋겠다는 제안이었다. 가끔 우주와 기운이 통하는 듯한 얼굴로 별난 아이디어를 내고 혼자 신나 하는 그의 모습이 아름다워 고려해보겠다고 했다. 모두가 작가가 되고 모두가 유튜버가 되어 사방에 따뜻한 위로를 주는 강의와 기발한 유머와 멋진 말들이 쏟아지는 때라 가만히 뒷방에 있으려 했는데 또 일을 벌인다. 사물의 원리를 깊이 연구하고 연마할 시민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아 용기를 낸다.
2. 우울한 시대의 노년
해방된 지 3년, 1948년에 태어나 온 국민이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는 열정에 가득했던 시대에 성장한 나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겠다며 온몸을 바쳐 일하고 협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왔다. 그 가난했던 나라는 부자나라가 되었고 세계 유수 영화제의 작품상 감독상을 휩쓸어 오는 문화 대국이 되었다. 그사이에 나는 노쇠한 육체를 가진 일흔다섯 살의 노인이 되었고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만나면서 십 년은 더 늙어버린 것 같다. 코로나 팬데믹의 기간을 거치면서 그간의 노력이 잘 못 되었다는 허망함과 자괴감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았다. 일차 대전이 일어나면서 20세기가 시작되었고 코로나 펜데믹을 거치며 21세기가 열렸다. 우리 모두의 보금자리인 지구는 호모 사피엔스가 초래한 여섯 번째 대량멸종 시대를 맞아 시름시름 앓고 있다. 나의 노년살이는 지구의 말년살이와 겹치면서 우울해졌다. 이제 무슨 공부를 하고 무슨 말을 할까?
3. 소명 -죽음의 문명을 넘어
어릴 때부터 역사학자가 되려고 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었고 억울한 일을 당하는 이웃의 말을 대신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학에 들어가 세계사를 배우고 인류의 진화와 인류 사회의 진화를 공부했다. 1988년 나의 첫 번째 책 <한국의 여성과 남성>에서 나는 죽임의 문명을 넘어 생명 존중의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이들을 보고 들어야 한다고 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자각, 그리고 돌봄 사회를 만드는 것이 내 활동의 목표이자 방법론이 되었다. 그리고 코로나 펜대믹을 거치면서 5만여 년 인류 진화 과정 어느 시점에 무엇이 잘못되어버렸는지,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좀 더 선명하게 알게 되었다. 승자독식 사냥꾼이 만들어가는 ‘죽임의 시대’를 마감하고 뭇 생명을 키우고 상생하는 ‘살림의 시대’을 열어갈 때가 왔다. 우리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매일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대접’이다.
4. 상호돌봄과 공감, 그리고 배움
나는 지난 11월 플라톤 아카데미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정과 환대의 세상살이는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그간 우리가 축복이라고 배웠던 ‘문명화’는 축복이 아니라 저주이며, 부의 축적을 목표로 삼는 체제와 폭력적 문명에 대한 성찰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모성적 원리를 회복하고 상호돌봄의 시민적 공공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강의를 하면서 이런 말에 크게 공감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그들은 나보다 더욱 상호돌봄의 능력과 감각을 지니고 있었고 그래서 희망을 찾게 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다음 세대가 살아갈 세상을 생각하면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우울이 한순간에 한가득 올라와 있다. 이 우울감을 어떻게 할까?
5. 다름의 만남
누벨바그 영화감독 아녜스 바르다(Agnès Varda)가 88세 나이에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2017) 이라는 영화를 기억하시는가? “멋진 사람들을 우연히 만나는 게 좋다”는 바르다 감독과 33세 사진작가 JR이 공동작업을 해서 만든 영화다. 쉼 다섯 살 차이의 두 예술가가 만나 프랑스의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며 얼굴들과 장소들을 사진과 동영상에 담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이들의 기대에 찬 여행과 만남, 삶과 죽음에 관한 대화, 우연과 필연의 시간이 모여 다정하고 아름다운 영화가 완성된다. 노화로 인해 눈앞의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는 바르다 감독과 선글라스는 벗지 않는 JR. 긴 여정의 끝에서 JR은 바르다를 위해 선글라스를 벗지만, 바르다의 눈은 초점을 잘 맞추지 못한다. 잘 보이진 않지만, 함께 호수를 보자고 말하는 바르다와 JR은 여정의 끝에서 서로를 보고 호수를 보면서 세상에 각별한 선물을 남겼다.
6. 우연의 은총에 기대어
그래, 어쩌면 이걸 지도 모르겠다. 바르다 감독이 한 것과 같은 만남. 이 광활한 우주에서 만나게 된 인연, 제자, 친구, 동료를 초대하여 안녕하신가 안부를 묻는 것, 그들과 ‘파상의 시대’를 연찬하는 것. 그간 나는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일을 벌였으며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해내기도 했다. 그 기적과 같은 일을 함께했던 얼굴들을 초대하는 거다. 그들도 분명 나처럼 우연의 은총을 믿고 어려움을 견디고 때때로 기쁨에 찬 순간을 맞으며 이 시대를 버티고 있을 것이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함께 맞는 것”이라는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처럼 비를 함께 맞는 것. 그가 우산을 갖고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좋다. 잠시 함께 시간 여행을 할 의향은 없냐고 초대하려고 한다. 아래가 나의 일차 초대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