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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기원

조한 2024.09.13 11:42 조회수 : 0

폭력적인 근대 문명에 대한 이해가 흥미로운 연구들로 깊어지고 있다. 

역시 번역본은 최재천 선생의 노력 덕분~

 

 

 

23-24

도덕적 본성은 언어나 인식, 기억 등 우리의 정신적 삶의 다른 측면들을 연구할 때와 같은 방법을 사용해서 탐구할 수 있다. 여러 사회의 도덕적 추론을 들여다볼 수도 있고, 하나의 사회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지 탐구할 수도 있다—가령, 미국 내 진보주의자 대 보수주의자를 비교할 수 있다. 냉혈한 사이코패스처럼 예사롭지 않은 사례들을 조사할 수도 있다. 아니면 침팬지 같은 생명체들에게도 도덕성이라고 할만한 것이 있는지 궁금증을 가지고, 진화생물학으로 눈을 돌려 도덕감각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탐구할 수도 있다.
사회심리학자들은 어떻게 환경적 특성이 친절함이나 잔인함을 북돋우는지 연구할 수 있으며, 신경과학자들은 도덕적 추론과 관련된 뇌 부위를 관찰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이 모두를 간략히 다룬다. 하지만 나는 발달심리학자이니만큼 주된 관심사는 따로 있다. 바로 영유아가 지니는 도덕성의 기원을 들여다보는 방법으로 도덕성을 탐구하는 것이다. 나는 현대 발달학의 연구 결과로 우리의 도덕적 삶에 관한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고 주장할 참이다.
[머리말_도덕성을 찾아서]  접기

 

33~34

한 살배기 아기가 제 손으로 직접 정의를 구현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는 세 명의 등장인물이 나오는 인형극을 막 구경한 참이다. 극 중에서 가운데 인형이 오른쪽 인형에게 공을 굴리자 이 인형은 다시 공을 되돌려주었다. 이번에는 왼쪽 인형에게 공을 굴렸는데, 그만 공을 들고 달아나버렸다. 인형극이 끝난 후, 오른쪽과 왼쪽의 두 인형을 무대에서 내려 아기 앞에 놓아두었다. 각 인형 앞에는 사탕을 하나씩 두고, 아기에게 이 사탕들 가운데 하나를 가져갈 수 있게 했다. 예상대로, 이 실험에 참여한 영아들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이 아기도 ‘못된’ 인형—공을 들고 도망간 인형—의 사탕을 가져갔다. 그런데 그는 이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그래서 몸을 앞으로 숙이더니 그 못된 인형의 머리를 후려쳤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시사하고자 하는 바는 이렇다. 위와 같은 여러 실험 결과, 우리의 도덕성은 일부 측면은 타고나는 것이고 일부 측면은 그렇지 않음이 입증되었다. 우리에게는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고, 연민과 비난을 하도록 유도하는 도덕감각이 있다. 선천적으로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다. 적어도 어느 순간만큼은 그렇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추한 본능도 있다. 이런본능은 전이되어 악으로 흑화하기도 한다. “우리는 악한 근성으로 가득한 본성을 가지고 세상에 태어난다”라며, 19세기에 어린아이들의 ‘타고난 패악’을 언급했던 토머스 마틴 목사의 주장이 완전히 틀렸던 건 아니다.P. 64

나는 우리가 도덕감각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 주장을 반복할 예정이다. 그런데 도덕성에는 어떤 식별 능력만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훨씬 더 많은 것이 포함된다. 여기에는 어려움에 처한 타인을 돕고 싶은 욕구,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 잔인한 사람들에 대한 분노, 자신의 수치스러운 행동에 대한 죄책감과 착한 행동에 대한 자부심 등과 같은 감정과 동기도 포함된다.

 

 

 
  • P. 77사이코패스와 우리 같은 나머지 사람들을 구분하는 차이점이 무엇인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사이코패스는 병적 허언, 양심의 가책이나 죄책감의 부족 등 많은 증상을 보인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핵심적인 결핍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관심이다. 그들에게는 연민이 부족하다.
    사이코패스가 아닌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서 연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려면, 연민과 공감을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일부 연구자들은 이 두 용어를 호환해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마음을 쓰고 돌보는 것(연민)과 그 사람의 입장이 되는 것(공감)에는 큰 차이가 있다.
    [2장 공감과 연민: 공감과 연민, 그 미묘한 차이]  접기
  • P. 134공정은 긍정적인 것을 분배하는 최고의 방법을 찾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부정적인 것을 어떻게 나눌지도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벌과 복수, 즉 도덕성의 어두운 면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가 늘 서로에게 친절하다면 처벌이라는 문제가 대두될 일은 없다. 하지만 인류학자 로버트 아드리가 지적한 바 있듯, “우리는 타락한 천사가 아니라 일어선 유인원에게서 태어난다.” 우리 가운데 일부는 속이고 죽이며 이기적 충동에 굴복하고 싶은 유혹에 넘어간다. 나머지 우리는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는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 이런 나쁜 행동이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만들어야 한다. 실제로 철학자 제시 프린츠를 비롯한 몇몇 학자들은 도덕성에는 우리가 앞선 장에서 논했던 비교적 달콤한 정서인 공감과 연민보다 격분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3장 공정, 지위, 처벌: 처벌과 복수, 도덕성의 어두운 면]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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