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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우월감은 독약 (강준만)

조한 2024.11.25 14:18 조회수 : 0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68988.html

 

2003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전에 참가했던 존 에드워즈는 “지난 수십년 동안 민주당이 끊임없이 저지른 죄악은 (남에게 과시하는 걸 좋아하는) 속물근성이었다”고 했는데,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그런 ‘도덕적 우월감’이라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와 맞붙었던 힐러리 클린턴은 “극히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트럼프를 지지하는 절반을 개탄할 만한(deplorable) 집단이라고 부를 수 있다”, “트럼프의 뒤에 선 절반의 사람들은 구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등과 같은 최악의 실언을 하고 말았다. 그런 ‘오만의 악몽’이 2024년 대선에서도 되살아났다. 트럼프의 뉴욕 유세에 찬조 연설자로 나선 한 코미디언이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쓰레기 섬”이라고 부르자, 대통령 조 바이든은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를 돕겠다며 “유일한 쓰레기는 그(트럼프)의 지지자들뿐”이라고 했으니, 이 노릇을 어찌할 것인가.

 

중요한 건 그런 실언 자체라기보다는 실언의 모태가 된 도덕적 우월감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해리스의 패인으로 “트럼프가 얼마나 끔찍한 사람인지에 초점을 맞춘 선거운동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사실 도덕적 우월감에 충만하다 보면 ‘먹고사는 문제’보다는 도덕적 비교우위를 발휘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이슈에 치중하기 마련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는 그런 우월감은 정치적 독약일 수 있다는 걸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기득권 정치세력은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 그들은 트럼프의 당선을 정치적 피해망상, 외국인 혐오증, 백인 기독교 우파, 인종주의, 여성혐오 탓으로 돌리고 있다. 틀렸다. 2016년에 이어 2024년에도 트럼프는 공장이 문을 닫고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져버린 지역에 사는 수백만 노동자의 표심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한겨레21, 2024년 11월15일치)

앞서 언급한 프랭크의 책은 국내에선 2012년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되었는데, 이 제목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한 것 같지 않다.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이제 민주당은 고소득층의 정당, 공화당은 저소득층의 정당이 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이를 다룬 미국 정치학자 박홍민의 한국일보 칼럼 제목이 흥미롭다. “허풍 떤 트럼프보다, 훈계질과 잘난 척하는 해리스가 더 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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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선생의 글이 일관되게 말하는 것이 있다. 만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왠지 친숙한 느낌.  

근원적 성찰이 필요한데 힘의 원리 차원에 머물러 있을 때 그것은 가능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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