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3 영화제
4.3 영화제
75년에 만든 영화제, 마침 한강의 노벨상 수상으로 4.3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이 두번째라고 한다.
개막작은 지혜원 감독, 김옥영 프로듀서의 합작 <목소리들 Voices>
전혀 들리지 않았던 여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쟁과 폭력, 그리고 성폭력.
말 못한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말없음의 세계를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마시"를 통해 통감한다.
전쟁과 평화를 다룬 탁월한 영화다.
김은실 교수가 계속 관심 가져온 주제라 사회를 보는 모습도 든든했다.
두번째 날 <나의 집은 어디인가>를 보려고 했는데 쉽게 볼 수 있는 영화인 듯 해서 안 가고
마지막 날 세 편을 보았다.
<프리 철수 리> 작년 작품이다.
미국 교포들이 제대로 인권 운동을 해낸 사례.
내가 유학 가있을 70년대 인데 질풍노도의 시대였다.
나는 캠퍼스에서만 있었지만 반전운동, 여성운동 하느라 분주했고
교포 동네와는 거리가 좀 있어서 전혀 모르고 있던 이야기.
집에 자주 놀러오던 집안 친지 유재건 박사와 알리스 선생의 활약을 보면서
잠시 그리움에 젖는다. 스무살에 살인죄 누명으로 감옥에 가서 7년을 무고 하게 있었던 주인공은
출옥 후 영웅이 되었다가 다음 단계의 삶으로 진입이 쉽지 않다.
마약에 빠지고 갱단에 들어가는 후반부가 그간의 영웅 서사와 다른 지점.
인권운동의 어제와 오늘을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영화다.
두번째는 켄 로치의 <마이 올드 오크> 오래전 폐광촌이 된 맥주집과 20년 동안 문을 닫은 노동조합 사무실이 배경이다.
"밥을 나누면 만사가 풀린다"는 이야기
백인 노동자의 인종차별주의를 적나라 하게 드러내고 있다.
켄 로치 감독, 한결 같이 자기의 시선에서 충실하게 시대를 이야기 하는 사람.
그 한결 같음이 놀랍고 존경스럽다.
폐막 작품은 Even the Rain.
볼리비아에 다국적 기업이 시골 마을의 우물에 자물쇠를 잠그고 수도공사를 해서 수도를 사 먹게 하려는 움직임에
농민들이 온 몸을 다해 저항하는 것을
17세기 초 침략 당시를 배경으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이 만나게 되면서 겪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침략의 역사는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그 비극을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
영화제를 마련한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보내고 싶은 날.
안혜경, 고희범 선생 등이 수고하신 모양이다.